오늘 개드립 간 찐따 글 보고 긁혀서 처음 글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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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 아조씨임.
개드립 맨날 눈팅만 하다가 오늘 개드립 간 ‘나이 먹은 찐따들 특징’ 글 봤는데 읽다 보니까 이거 내 얘기 아닌가 싶더라 ㅋㅋㅋ
댓글들도 이상할 정도로 공감되는 게 많아서 가입하고 처음으로 글 한번 써봄.
좀 길 수도 있음.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음.
나는 유년기 때는 지금이랑 완전 반대였음.
수영을 꽤 오래 했고, 대회에 시 대표로 나갈 정도로 운동만 하던 애였음.
성격도 엄청 활발해서 학교 안 가는 일요일이면 아침에 자전거 타고 나가서 해 질 때쯤 밥 먹으러 집에 들어오는 게 일상이었음.
수영대회도 몇 번 입상하고 그냥 하루 종일 몸 움직이면서 살던 초딩이었음.
그러다가 중학교에 들어감.
중1까지는 뭐 그냥저냥 무난했는데 그때부터 뭔가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던 것 같음.
주변 환경 때문이었는지 내 성격 때문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는데, 초등학교 때랑 다르게 애들이랑 잘 못 어울렸음.
생각해보면 수영이라는 게 축구나 농구처럼 애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코치 - 나 거의 이 조합으로 몇 년을 살았거든 ㅋㅋㅋ
그러다 보니까 또래들이랑 대화하고 친해지고 내가 먼저 다가가고 이런 경험 자체가 별로 없었던 것 같음.
누가 말을 걸면 무슨 말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내가 먼저 말을 거는 건 상상도 못했음.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중학교 때부터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음.
내가 먼저 말도 안 걸고 누가 말 걸어와도 괜히 틱틱대고.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같은 반 애들이 진짜 착했던 것 같음.
조금만 애들 성격 안 좋았으면 바로 왕따였을듯 ㅋㅋ
문제는 그때 운동도 끊었다는 거임.
한창 뛰어놀 나이에 “이제 공부해야지” 하면서 수영까지 싹 그만둠.
근데 공부를 존나 열심히 했냐?
그건 또 아님.
운동은 안 함, 밖에도 안 나감, 친구도 잘 안 만남, 먹는 양은 그대로임.
결과는 너무 정직했음.
살이 미친 듯이 찜.
보통 어릴 때 좀 통통하던 애들도 2차 성징 오고 키 확 크면서 쫙 빠지는 경우 많잖음?
나도 고2 때 키가 15cm 정도 확 컸음.
근데 살은 안 빠짐.
키만 커지고 몸도 같이 커짐.
뭔가 세로로 늘리면 얇아져야 하는데 나는 확대한 것처럼 같이 커짐.
대학교 입학할 때가 173cm / 99kg.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씹돼지 그 자체였음 ㅋㅋㅋ
거기에 눈도 안 좋아서 안경 쓰고 사춘기가 늦게 왔는지 피부까지 뒤집어짐.
외적인 자신감이 바닥을 찍으니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오히려 나를 더 숨기려고 했던 것 같음.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기 전에 내가 먼저 사람을 밀어내는 식으로.
괜히 무뚝뚝하게 굴고, 관심 없는 척하고, 혼자가 편한 척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방어기제였던 것 같음.
그러다 어느 날 새벽이었음.
내 방 구조가 침대에서 몸 일으키면 바로 앞에 전신거울이 하나 있었음.
근데 자다가 갑자기 숨이 너무 찬 거임.
당시에는 워낙 고도비만이다 보니까 누워 있으면 배 때문에 숨 쉬기 불편한 게 어느 정도 일상이었음 ㅋㅋㅋ
근데 그날은 유독 심했음.
자다가 숨이 턱 막혀서 깼고 벌떡 일어나서 앉았음.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앞을 봤는데 거울에 내가 보이더라.
숨은 헐떡헐떡 쉬고 있고 몸은 무슨 튜브를 몇 겹 두른 것처럼 부풀어 있고 축 처진 가슴이랑 배를 붙잡고 겨우 숨 쉬고 있는 인간 하나가 거울에 앉아 있었음.
그때 처음으로 진짜 충격을 받았음.
단순히 “아 살 빼야겠다 ㅋㅋ” 이 정도가 아니었음.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확 올라오더라.
진짜 토할 것 같았음.
아, 이렇게 살다가 진짜 자다가 뒤질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나는 왜 계속 나를 이렇게 가두면서 사는 걸까?
그런 생각이 처음 들었음.
마침 그 시기에 군대 자원입대해서 원하는 보직 가는 것도 유행했고 동반입대 같은 것도 많이 하던 때였음.
그래서 그냥 정신 좀 차려보자 싶어서 대학교 1학년도 다 안 마치고 군대를 감.
그리고 군대에서 한 2년 가까이 ㅈ뺑이를 침.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정해져 있지, 밥 먹는 시간 정해져 있지, 계속 움직이지, 야식 못 먹지.
그러다 보니까 99kg가, 전역할 때는 65kg이 되어 있었음.
34kg가 빠짐.
근데 중요한 게 있음.
운동 지식을 공부해서 체계적으로 뺐다? X
식단을 계산하면서 건강하게 뺐다? X
장기적인 유지 계획이 있었다? X
그냥 군대라는 거대한 강제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2년 등록했다가 나온 거임.
그래서 전역하고 6개월 만에 10kg가 다시 찌는 기염을 토함 ㅋ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그때 몸만 잘 유지했어도 인생이 좀 달라졌으려나 싶기는 함.
아무튼 이후에는 대학도 졸업하고 닉 보면 알겠지만 죄를 많이 지어서 공부도 좀 더 하고 취업도 하고 그냥저냥 평범하게 살았음.
그동안 내 자신을 가꾸는 데에는 여전히 별 관심이 없었음.
몸매를 관리한다거나 옷을 신경 써서 입는다거나 피부 관리를 한다거나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연습을 한다거나..
안했음 ㅋㅋ
그냥 살았음.
물론 그 내면도 그렇게 훌륭했던 것 같진 않음.
그러다가 지금 회사에 입사했는데 여기 부장님 한 분이 좀 특이했음.
40대 초반 정도인데 몸이 겁~~나 좋음.
이 사람이 10년 넘게
새벽 6시 수영
→ 출근
→ 퇴근
→ 테니스 or 크로스핏
이 생활을 거의 안 빼먹고 했던 사람임.
운동을 건강 때문에 억지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운동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음.
지금은 나이도 있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서 새벽 수영은 안 하시는데 아무튼 엄청 활동적인 사람임.
내가 입사할 당시 몸무게가 아마 89kg쯤 됐을 거임.
군대에서 34kg 뺐는데 그중에 25kg 정도를 아주 성실하게 복구한 상태였음.
부장님이 입사한 나를 딱 보더니 한마디 하심.
“너 내일부터 퇴근하고 나 따라와.”
신입사원인 나는 개쫄았음.
뭐지?
나 입사한 지 며칠 됐다고 벌써 사고쳤나?
회사생활 끝났나?
별 생각을 다 했는데 다음 날 퇴근하고 따라간 곳이 크로스핏 박스였음.
(참고로 크로스핏 바이럴 아님ㅠ 진짜임...)
처음 들어갔는데 좀 많이 낯설었음.
사람들 땀냄새 나고, 쇠냄새 나고, 바벨 쾅쾅 던지고 있고, 한쪽에서는 사람이 철봉에 매달려서 몸을 흔들고 있음.
그렇게 유년기를 제외하면 운동이랑 거의 담쌓고 살던 내가 몇 년 만에 제대로 바벨을 잡아봄.
아 참고로 99kg 시절에 PT를 잠깐 받긴 했음ㅋㅋ
내 의지는 아니었음.
부모님이 “운동 안 하면 집에서 나가라” 수준으로 압박해서 받았던 거임 ㅋㅋㅋ
아무튼 크로스핏을 그냥 묵묵히 다녔음.
처음에는 100% 사회생활이었음.
부장님이 데려갔는데 신입이 “저 운동 싫어하는데요?” 할 깡은 없었으니까 ㅋㅋㅋ
근데 어느 순간부터 부장님 없어도 내가 알아서 가고 있더라.
운동 끝나고 거울 보면 얼굴 붓기 조금씩 빠지고 어깨에 펌핑 들어와 있고 어제 못 들었던 무게 오늘 들고 못 하던 동작 하나씩 성공하니까
자기효능감이 존나 올라옴.
물론 살은 초반에는 잘 안 빠졌음.
한 3개월 동안은
“운동하는데 왜 살이 안 빠지지?”
싶을 정도였고 오히려 몸무게가 좀 늘었던 기억도 있음.
근데 어느 순간부터 숫자보다 다른 게 먼저 바뀌기 시작했음.
운동과 담쌓고 살았고 사람이랑도 담쌓고 살던 내가 강제로라도 매일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오늘 와드 뭐냐”
“몇 개 했냐”
“이거 어떻게 하는 거냐”
이런 별것도 아닌 대화를 계속하게 되니까 사람 상대하는 게 점점 편해짐.
성격도 많이 유해졌음.
그리고 몸도 못 볼 꼴 → 볼 수는 있는 꼴 정도로 바뀌니까 희한하게 다른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함.
평생 집에 누가 사다 놓은 티셔츠 대충 입고 바지는 편한 거 아무거나 입고 머리는 그냥 그때 유행한다는 스타일 사진 보여주고 “이렇게 해주세요”가 전부였던 내가 내 돈 주고 옷 사려고 아울렛도 가보고 백화점도 가보고 6~7만원씩 주고 머리도 꾸준히 자르러 다니고 평생 스킨 하나 찍 바르면 끝이던 얼굴에 화장품을 최소 세 개씩 바르기 시작함.
안경도 벗고 싶어서 얼마 전에는 라식까지 함 ㅋㅋㅋ
이전의 나였으면 “안경 쓰나 벗으나 얼굴 똑같음 ㅋㅋ” 이러고 말았을 텐데 이제는 작은 거라도 내가 나아질 수 있는 게 있으면 해보게 되더라.
그리고 그렇게 살다가 6개월 전에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과 인연이 되기도 했음.
살다 보니까 그런 것 같음.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됨.
먹고 싶은 거 먹고 쉬고 싶으면 쉬고 운동 안 하고 옷 대충 입고 그렇게 살아도 솔직히 아무도 뭐라고 안 함. 내 인생이니까.
근데 반대로 내가 나한테 시간을 조금 투자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아져 보려고 하면 그게 몸이든 성격이든 옷이든 머리든 피부든 생각보다 그게 다 티가 나는 것 같음.
그리고 그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남들이 나를 보는 눈보다 내가 나를 보는 눈부터 바뀌는 것 같음.
나도 옛날에는 “패완얼이지 ㅋㅋ”, “잘생기고 키 큰 놈들은 인생 존나 쉽겠다”, “그래도 고추는 작을 거야” 이딴 소리 하면서 자기합리화하던 개찐따였음 ㅋㅋㅋㅋ
남이 가진 건 타고난 거라고 생각하고 내가 안 가진 건 애초에 노력해봤자 의미 없다고 생각했음.
근데 지금 생각하면 잘생겨지는 건 몰라도 지금보다 나아지는 건 가능하더라.
그 차이가 생각보다 엄청 컸음.
혹시 나처럼 자기합리화하면서 사는 친구들 있으면 누굴 만나려고 할 필요도 없고 여자친구 만들려고 할 필요도 없고 인싸가 되려고 할 필요도 없음.
그냥 한번 나 자신한테 투자한다는 느낌으로 운동이라도 해봤으면 좋겠음.
마른 친구들은 열심히 웨이트 해서 몸 좀 키워보고 덩치가 있는 친구들은 웨이트든 유산소든 꾸준히 하면서 조금씩 빼보고.
처음부터 인생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진짜 작은 변화 하나만 만들어보셈.
어깨가 조금 넓어졌다든지 턱선이 조금 보인다든지 옷 사이즈가 하나 줄었다든지 처음에는 그게 뭐 별건가 싶은데 그 작은 변화 하나가 다른 걸 하나 더
바꾸게 만들더라.
그러다 어느 순간 거울 보면 예전이랑 조금 다른 사람이 서 있을 거임.
이건 진짜 장담함.
아무튼 오늘 개드립 간 글이랑 거기 달린 댓글들 보다가 너무 공감돼서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 한번 써봤음 ㅋㅋㅋ
나도 아직 갈 길 멀고 몸도 뭐 대단한 수준 절대 아님.
그래도 예전의 나한테 지금 모습을 보여주면 “시발 쟤가 나라고?” 정도는 할 것 같음.
마지막으로 작년 10월부터 재기 시작한 인바디 올려놓고 감.
좀 정체기라 안빠져서 스트레스인데 시발 이거 뭘 어케 개선해야할지 잘 모르게따..
다들 이번 주도 행복하게 보내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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