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알리바바를 퇴사하며 직원이 남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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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GE의 키를 잡은 잭 웰치(Jack Welch)는 전설이었다.
부임 기간 주가를 26배나 끌어올린 그는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라는 찬사와 함께 전 세계 모든 CEO의 우상이 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 드러난 그 ‘마법’의 실체는 잔혹했다. 적대적 인수합병, 매년 하위 10%를 기계적으로 퇴출하는 ‘20-70-10’ 법칙, 그리고 본업인 기술 혁신 대신 금융업에 몰두한 ‘수치 놀음’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었다.
더 큰 비극은 이 ‘웰치식 마법’을 몸에 익힌 GE 출신의 경영자들이었다. 그들은 직관적으로 장기적인 기술 투자나 근본적인 서비스 개선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았고, 대신 그들은 단기 지표를 뻥튀기하고 주가를 부양해 달콤한 성과급을 챙긴 뒤, 부작용이 터지기 직전 화려하게 퇴장하는 길을 택했다.
이후에 남겨진 ‘기술의 공백’이나 ‘조직의 황폐화’는 그들의 알 바가 아니었다.
인텔, 보잉, 나이키, 3M 등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기술 거물들이 오늘날 겪고 있는 처참한 후유증의 뿌리에는 바로 이 ‘단기주의의 망령’이 서려 있다.
1999년, 영어 교사 출신 마윈이 단돈 9,500만 원으로 시작한 알리바바 역시 거대 기업으로 도약하던 결정적 시기에 그들은 GE 출신의 경영자를 영입하며 웰치식 시스템을 전격 이식했다.
알리바바의 방식은 원조보다 더 지독했다. 잭 웰치의 성과주의에 마윈 특유의 ‘종교적 기업문화’를 결합해, 인사 고과에 ‘가치관 점수’를 무려 50%나 반영해버린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는 이 방식이 통하는 듯 보였다. 강력한 기강과 실행력, ‘성과를 못 내면 죽는다’는 긴장감은 조직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접착제가 되었지만, 시장이 급변하자, 이 ‘마법’은 ‘저주’로 변했다.
안정적인 제조업 시대에나 통하던 효율 극대화 전략은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디지털 정글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고, 하위 10%에 들지 않기 위해 직원들은 본질적인 고객 경험 대신 당장 수치로 증명 가능한 단기 KPI에 목을 맸다. 동료가 망해야 내가 사는 환경에서 부서 간 협력은 사라졌고 사내 정치는 일상이 되었다. 쓴소리를 하거나 본질을 고민하던 인재들은 ‘가치관 점수’라는 칼날에 밀려 가장 먼저 제거되었다.
그리고 최근 15년을 바친 베테랑 관리직 직원 위안안(가명)이 퇴사하며 남긴 1만 자 남짓의 편지를 남겼다.
그가 남긴 원문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알리바바의 영혼은 어디로 갔는가(为什么阿里失去了它的灵魂?)
알리바바의 사명은 "천하에 하기 어려운 장사가 없게 하는 것" 이며, 알리바바의 비전은 "102년 동안 살아남는 좋은 회사가 되는 것" 입니다.
처음 이 사명에 이끌려 이곳에 왔을 때, 저는 알리바바와 함께 아주 긴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알리바바는 정말 위대한 회사였으니까요.
막 입사했을 무렵, '창업대하(创业大厦)' 건물 근처로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면 우리 모두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었습니다. 주변 상점들이 사원에게 주는 할인 혜택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존중받고 감사 인사를 받는 그 기분 자체가 좋았습니다. 당시 우리가 존중받았던 이유는 알리바바 직원의 소득이 높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알리인들이 선량했고, 우리의 제품이 많은 사람을 돕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변 사람들이 알리바바가 세상을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고, 사회가 우리에게 보낸 존중은 우리의 품성과 가치에 대한 인정이었습니다.
그 무렵 유행하던 농담이 하나 있었습니다. "항저우의 장모님들은 알리바바 사위를 제일 좋아한다." 알리바바가 이미 그들의 인성과 품행을 한 번 걸러줬기 때문에, 알리바바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뜻이었죠.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제 사원증을 목에 거는 것이 그리 편치 않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발생한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들과 타격들, 외부의 여론과 내부 직원들의 심리 상태까지 모든 것이 거대하게 변해버렸습니다. 아마 지금도 장모님들은 알리바바 사위를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품이 아니라 '높은 연봉' 때문이겠지요.
15년을 돌아보며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단순히 외부의 평가 기준이 바뀐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정말 변해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에 아름다운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꿈을 잃었습니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이제 KPI, 월급, 주식, 집값이 전부입니다. 우리는 고객과 사용자를 '트래픽'과 '데이터'로 취급하며, 어떻게 데이터를 운영해 고객을 '수확'할지만 논합니다. 우리의 모든 경쟁 에너지는 내부의 상대평가인 '361 시스템'에 소모되고 있습니다. 솔직히 알리바바 내부의 핵심 가치관이 서서히 망가지는 것을 보며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우리의 사명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우리의 비전이 정말 실현될 수 있을지 말입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밝혀둡니다. 제 업무 성과(KPI)는 괜찮은 편이었고, 현재 부서나 상사에게 불만도 없습니다. 저는 계획에 따라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것이지, 보상금을 받고 나가는 '패키지 퇴사'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특정 부서나 개인을 겨냥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언급하는 상황에 해당되는 모든 이들에게 드리는 제언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제가 느낀 바와 여러 사업부(BU) 친구들과 교류하며 정리한 이 글은, 회사 전체와 경영진에게 드리는 마지막 피드백입니다. 회사가 다시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남기는 마지막 건의이니, 회사가 지금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글을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좋은 점은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주로 존재하는 문제점들을 말하겠습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고치고, 그렇지 않다면 경계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하의 문제들은 모든 부서에 해당되는 것도, 특정 직급의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도 아닙니다. 보편적이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혹시 불쾌감을 느끼시는 분이 있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一. 과거의 휘황찬란함
먼저 알리바바가 왜 그토록 잘나갔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겠지만, 저는 4가지로 요약합니다: 시대적 추세, 마윈의 안목, 가치관, 그리고 제도적 보장.
1. 시대적 추세가 만든 거대한 기회
개혁개방과 글로벌화는 생산력의 폭발을 가져왔습니다. 중국의 GDP는 1999년 1조 달러에서 2024년 18조 달러로 성장했습니다. 이 거대한 경제 성장의 기반이 모든 것을 띄워 올린 '바람'이었습니다. 인터넷 사용자는 1999년 890만 명에서 2020년 10억 명에 육박했고,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는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PC와 모바일의 번영이 수많은 애플리케이션과 시나리오를 잉태했습니다.
마윈 회장의 안목과 끈기가 이 기회를 잡았습니다. B2B, 타오바오, 알리페이, 알리 클라우드... 수차례의 전략적 결단으로 선점 효과를 누렸습니다. 특히 알리 클라우드 건설 과정에서 외부의 냉소와 내부의 불이해,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끈기 있게 밀어붙인 고위 경영진의 의지는 대단했습니다.
2. 가치관 선별과 독특한 팀 구성
전략이 세워졌다면 이를 실행할 전투력 있는 팀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알리바바의 독특한 문화였습니다. 우리는 '냄새(기질)'가 비슷한 동료들을 찾아 공동의 목표를 위해 싸웠습니다. 서로를 '동학(同学)'이라 부르며 도왔고, 직급 대신 '꽃이름(花名)'을 부르며 수평적인 문화를 유지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어 했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같지는 않았겠지만, 2015년 이전 알리바바 사람들의 기질은 매우 유사했습니다.
3. 팀의 전투력을 보장하는 양호한 제도
가치관의 첫 번째 조항은 '고객 제일, 직원 제이, 주주 제삼'이었습니다. 이에 대응하는 제도 설계 덕분에 직원들은 회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싸울 수 있었습니다. 자유로운 문화 덕분에 누구나 생각한 바를 말할 수 있었고, 스톡옵션 제도는 직원들이 회사를 집처럼 여기게 했습니다. HR의 '정위(政委, 정치 위원/파트너)' 제도는 직원이 문제에 부딪혔을 때 도움을 청하고, 불공정함을 느낄 때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되어주었습니다.
二. 밖으로 드러나는 피로감
언제부터 우리가 쇠락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까요?
명확한 경계선은 없지만, 저는 2017년경부터 시작되었다고 느낍니다.
1. 시장 전체 대세의 하락
10년 이상의 고속 성장 후, 2017년부터 인터넷 사용자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인구 성장은 사실상 멈췄습니다. 주류 인터넷 제품들은 2017년 이전에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2.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 외부 인수합병
그룹은 각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며 전략적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인수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보겠습니다.
오프라인(到店) : 2006년 '커우베이'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O2O는 초기 단계였고 메이투안은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입니다. 하지만 커우베이는 폐쇄와 재가동을 반복하다 결국 존재감을 잃었습니다.
배달 : 2018년 '어러머(饿了么)'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점유율 1위였으나, 2년도 안 되어 메이투안에게 역전당했습니다.
자전거 : ofo 투자는 실패했고, 헬로바이크는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결제 : 2014년부터 알리페이의 오프라인 결제는 위챗페이에 잠식당했고, 2017년에는 방향을 잃었습니다.
음악/영상 : 시장 1위였던 '샤미뮤직'은 폐쇄되었고, '유쿠'는 이제 시장 3위로 전락했습니다.
이커머스 : 동남아 1위였던 '라자다'는 쇼피와 틱톡에 시장을 내주었습니다.
수많은 성공적이었던 기업들을 인수했지만, 운영에 성공한 건 '고덕지도'와 'UC브라우저' 정도뿐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바로는, 우리의 방식이 극히 단순하고 거칠었습니다. "돈을 쏟아부어 운영(이벤트)을 하고, 데이터 지표를 만드는 것"에만 집착했습니다.
상인을 포섭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제품력을 키우는 '기본기'는 힘들고 더럽고 주기가 길며 효과가 느리게 나타납니다. 즉, KPI에 즉각적인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러니 아무도 이 기본기를 닦으려 하지 않았고, 하는 사람도 좋은 성과(고과)를 받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장기주의자의 인내심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는 단기적인 흥분제(돈 쏟아붓기)를 선호하게 되었고, 팀의 협동 작전은 극도로 저효율화되었습니다.
3. 좀처럼 성공하지 못하는 내부 혁신
2015년 이후 그룹의 신규 사업 중 성공한 것은 드뭅니다.
알리 클라우드, 허마, 시앤위 등은 기존 이커머스 사업의 파생에 가깝습니다.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장을 개척한 것은 '딩톡(钉钉)' 정도뿐입니다. 그사이 외부에서는 수많은 경쟁자가 다양한 각도에서 시장을 파고들었고 우리의 주력 사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기회는 여전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三. 내부적으로 쌓인 수많은 폐단
여러 사업부(BU)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2017년부터 회사 내부의 문제들이 점점 더 보편화되고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저는 이 현상들을 사람(人), 재무(财), 일(事) 세 가지 방향으로 요약해 보았습니다.
1. 사람의 문제 (人的问题)
외부인에 대한 맹신
신흥 산업이나 유망한 회사에서 온 사람이라면 무조건 훌륭할 것이라 믿고, 높은 연봉과 직급을 주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사실 그들은 단순히 '운(대세)'이 좋았을 뿐 실력이 부족하거나, 진짜 실력자는 그 회사의 창업자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과거 알리페이가 위챗이나 우버 출신들을 고평가해 젊은 고위직으로 대거 영입했을 때, 그들은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없고 애정도 없었습니다. 그저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해 '살계취란(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식의 무리한 지시를 내렸고, 이는 기존 서비스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습니다.
우리는 "저 사람들 혹시 경쟁사가 보낸 스파이 아니냐"고 조롱하곤 했습니다. 이런 낙하산 인사들은 파벌을 만들고 스톡옵션이나 챙기려는 단기적 태도를 보입니다. 수혈은 필요하지만, 이제는 필터를 거쳐야 합니다.
신입이 신입을 채용하는 구조
예전에는 알리바바 문화에 완전히 녹아들기 전까지는 채용 권한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신입이 신입을 뽑고, 심지어 수습 기간인 직원이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비즈니스가 그렇게 급한가요? '알리 향기(알리바바의 독특한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알리바바다운 사람을 뽑을 수 있겠습니까.
들개(野狗)의 성행
과거 우리는 직원을 '황소(실적·가치관 우수)', '들개(실적 우수·가치관 불량)', '토끼(실적 미흡·가치관 우수)'로 나누었습니다. 예전에는 들개를 솎아내고 토끼를 개선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성과 지상주의'가 지배하면서, 투입은 적고 결과만 빠르면 장땡이라는 문화가 들개를 득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의 실적을 뺏으며 경쟁합니다. 이런 '들개'들이 고과를 받고 승진하니, 살아남으려는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닮아가거나 방어벽을 쌓습니다. 결과적으로 신뢰는 사라지고 협업 비용은 치솟았습니다.
흰 토끼(白兔)의 적체
성과 없이 자리에만 머무는 '흰 토끼'들이 늘어났습니다. 비즈니스 성장이 정체되니 열정을 잃고 '드러눕는(탕핑)' 이들, 파벌 문화 속에 안주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결국 진짜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책임을 미루는 사람만 늘어났습니다. 심지어 과정은 '들개'처럼 사악한데 결과는 '토끼'처럼 무능한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2. 재무(보상)의 문제
직급 인플레이션
직급(P레벨)이 지나치게 부풀려졌습니다. 외부 인재를 데려오려니 연봉 수준을 맞추기 위해 실력보다 높은 직급을 주거나, 기존 인력을 붙잡기 위해 직급을 퍼주는 식입니다. 이를 보는 사람들은 "저 실력에 저 직급이면 나도 받아야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곧 조직의 리더가 되어 더 큰 악영향을 끼칩니다.
불명확한 상벌
성과급은 연봉과 직결되지만 점수는 비공개입니다. 이는 상사(리더)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를 크게 만들었고, 결국 '상사에게 충성하는 문화'를 고착화했습니다. 2014년 시도했던 '성과 자술서 및 상호 공개 평가' 같은 투명한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남의 실적을 가로채고 지표를 조작하는 포장 기술만 늘어났습니다.
단기주의
과거에는 회사를 내 집처럼 생각하며 장기적 가치를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부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모두가 당장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 합니다. "나는 회사를 사랑하는데, 회사는 나를 사랑하는가?"라는 탄식이 나옵니다.
3. 일(업무)의 문제
전략의 부재
미래에 대한 판단이 흐려졌고 사용자로부터 멀어졌습니다. 상부의 지시는 너무 추상적이거나 단순히 숫자만 쪼개서 내려보내는 수준입니다. 중간 관리자와의 괴리가 심각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既要又要)
과거 고성장 시대에는 이것저것 다 잘하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장이 멈춘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함에도 여전히 모든 것을 다 잡으려 합니다. 이는 결국 무리한 목표 설정과 비전문적인 업무 방식으로 이어지며, 실무자들만 고통받게 합니다.
운영 데이터 지표 놀이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과 적은 비용으로 성과를 낼까요? 답은 ‘운영’입니다. 이벤트를 열어 지표를 뻥튀기하고, 데이터를 조작하고, 지표가 안 나오면 기준(정의)을 바꿔버립니다. 제품의 본질적인 개선은 무시되고, '운영'이 주는 가짜 번영이 제품의 구멍을 가립니다. 잔치가 끝나면 남는 것은 폐허뿐입니다.
관료주의
고위직(P8, 9, 10 이상)들이 현장에 내려가지 않고 입으로만 경영합니다. 과거의 영광을 자기 실력이라 착각하며 거들먹거립니다. 보고를 위한 보고, PPT를 꾸미기 위한 시간에 에너지를 다 씁니다. 정작 중요한 결정은 망설이다가 흐지부지됩니다.
4. 원인 소재
알리바바의 구호는 "정이 있고 의리가 있는 사람들(有情有义的人)이 모여,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有价值有意义的事)을 함께하는 것" 이었습니다.
정이 있고 의리가 있는 사람 : 가치관으로 걸러진 동료들.
함께하는 것 : 조직 제도가 뒷받침하는 단결.
한 가지 일 : 명확한 전략적 집중.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 : '천하에 하기 어려운 장사가 없게 한다'는 고객 중심의 사명.
하지만 지금 이 구호는 무너졌습니다. 제도는 고장 났고, 가치관은 상실되었으며, 전략은 불투명합니다.
우리 눈에는 이제 사명이 아니라 KPI만 남았습니다. 우리는 거대하지만 평범한(평범하게 나쁜) 회사가 되었습니다. 알리바바의 두꺼운 '체력(자본)' 덕분에 버티고 있을 뿐, 우리는 스스로 가치관을 포기하며 위기를 넘기고 있습니다.
四. 가치관의 몰락과 혁신을 위한 제언
우리는 여전히 거대 기업이지만, 평범해졌습니다.
가치관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가치관은 우리가 함께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알리바바는 지난 몇 년간 많은 시련을 겪었고 서서히 이겨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그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 가치관을 포기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단결하고 서로 부축하며 이 위기를 넘긴 것이 아니라, 단순히 거대한 가문(자본)의 배경과 두터운 '체력(혈조)' 덕분에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가치관이 회사의 '도덕'이라면, 제도는 회사의 '법률'입니다. 법은 도덕의 최저 기준일 뿐입니다. 도덕에 의한 자율적 구속이 법에 의한 강제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문화가 사라지면 사람이 혼란에 빠지고, 사람이 망가지면 실적도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1. 가치관의 명존실망 (名存实亡: 이름만 남고 실질은 사라짐)
2020년 이후 가치관은 점차 약화되어 이제는 장식품에 불과합니다.
OKR에 여전히 남아있지만, 과거처럼 하나하나 리뷰하지도 않습니다. 신입 사원 중 우리의 가치관을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제가 가장 좋아했던 과거의 '올드 육맥(老六脉)'이 현재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보겠습니다.
고객 제일 > 상사 제일
상사가 성과급, 주식, 승진을 결정합니다. 상사를 제약할 요소가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상사 제일'을 선택하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상사가 고객을 중시하면 충돌이 없겠지만, 지금의 상사들은 단기 실적에만 매달립니다. 결국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상사 개인에 대한 충성'으로 변질되었습니다.
팀워크 > 승자독식
과정에는 박수를 치고 결과에 책임을 묻던 문화가 오로지 '결과 지상주의'로 변했습니다. 성장이 멈추고 자원이 부족해지자 경쟁의 방향이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했습니다. 영역 침범, 실적 가로채기 등 영리한 '들개'들이 가장 큰 이득을 취하는 구조가 되었고,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변화 수용 > 전략적 혼란의 은폐
과거엔 시장이 변해서 변화를 수용했지만, 지금은 잦은 인사이동과 전략 부재를 '변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합니다. 장기주의자는 사라졌고, 고위직들은 전략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기층 직원들은 이제 꽃이름(花名) 대신 '사장님, 선생님, 형님, 누님'이라 부르며 상사의 눈치만 살핍니다. 강호의 협의(侠义)는 사라지고 '보스 문화'만 남았습니다.
정직 > 희귀품
결과만 중시하니 실적 조작과 허위 보고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진실을 파헤치는 것은 사람을 불쾌하게 하니 모두가 눈을 감습니다. "사전에는 큰소리쳐서 자원 따내고, 도중에는 데이터 조작하고, 사후에는 남 탓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세 가지 기술을 익힌 자들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개 칩니다.
열정 > 의미 없는 996
창조력은 격려에서 나오지 압박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몇 년간 996(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근무)을 경험하며 내린 결론은, 이는 아무런 실질적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저 '바빠 보이는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승리하는 구조일 뿐입니다.
성실 > 정직한 사람만 손해
성실하게 한 우물을 파는 '농경 문화'는 사라지고, 가치 있는 곳에 몰려갔다가 단물 빠지면 버리는 '유목 문화'가 득세합니다. 권력을 쥔 파벌들이 무능한 프로젝트를 붙잡고 늘어지는 사이,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만 피해를 봅니다.
2. HR의 실직(失职)과 실신(失信)
가치관이 사라진 근본 원인은 HR이 직무를 유기하고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HR은 직원의 마음을 헤아리는 '솜바지' 같은 존재였지만, 이제는 실적 수치만 따지는 '금의위(감시자)'가 되었습니다. HR이 실무 부서장의 권력을 견제하지 못하니 직원들은 앞날이 캄캄할 뿐입니다.
3. 중고층의 '어설픈 집단(草台班子)'화
운 좋게 과거의 대세에 올라타 자리를 잡은 이들이 요직을 점거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국면에서 실력을 발휘할 인재가 나와도 자리가 없습니다. 전략은 모호하고, 책임은 아래로 미루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가져오라고 윽박지르는 무능한 중고층 관리자들이 넘쳐납니다.
五. 뼈를 깎는 혁신 (刮骨疗伤)
불평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이들의 미움을 살 용기를 내어, 진심으로 회사가 다시 핵심을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언합니다.
1. 가치관 복구 : 형식적인 점수 매기기를 중단하고, 동료들이 서로를 대조하며 '결이 다른 사람'을 실질적으로 가려내야 합니다.
2. HR 체계 재정립 : HR은 다시 직원을 서비스하는 위치로 돌아가야 합니다. 상사에 대한 360도 평가뿐만 아니라 'HR에 대한 평가'도 도입해야 합니다.
3. 관리 체제 개혁 : '보스 문화'를 타파하고 직원들의 부서 이동을 자유롭게 하여 나쁜 팀이 스스로 와해되게 해야 합니다.
4. 직급 공개 및 통일 : 숨겨진 직급을 다시 공개하여 실력 없는 '7, 8, 9레벨'들이 대중의 평가를 받게 해야 합니다.
5. 성과 및 승진 공시: 무엇을 장려하고 무엇을 반대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십시오. 암막 속에서 인맥으로 결정되는 승진을 막아야 합니다.
6. 인력과 사업 축소 : 인원의 1/3을 줄여도 비즈니스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일이 없어 일을 만드는' 구조를 깨야 합니다.
7. 운영 약화와 진실 추구 : 데이터 지표로 포장된 '운영'의 가면을 벗고 제품의 잔혹한 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진짜 기초를 닦을 수 있습니다.
AI의 시대가 왔습니다. 이 시대를 붙잡으십시오.
회사가 다시 푸른 하늘과 단단한 땅, 투명한 공기를 되찾길 바랍니다.
15년을 함께한 친구로서, 알리바바의 건승을 빕니다.
알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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