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설날, 나는 처음으로 세배할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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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 년째갓수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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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명절은 의식에 가까웠다.


현관문을 열면 항상 집 안은 이미 사람으로 가득했고,
나는 신발을 벗자마자 누가 먼저인지 몰라 허둥대며 절부터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 큰이모
이름도 헷갈리던 친척 어른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고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고개를 숙였다.


“누구한테 먼저 해야 돼요?”


어른들은 웃었고,
나는 절을 할 때마다 봉투 하나씩을 받았다.
그게 명절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순서가 바뀌기 시작했다.
한 해가 지나고 나니 할아버지가 안 보였고,
또 한 해가 지나니 할머니가 없었다.

그 다음엔 큰아버지, 그 다음엔 큰이모


처음에는 단순히 ‘명절이 조용해졌다’고만 생각했다.
세배를 할 사람이 줄어들수록
나는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고 여겼다.


올해 설날, 부모님 집에 갔을 때
나는 결국 절을 하지 않았다.


거실에는 TV 소리만 있었고
상 위에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음식이 남았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내가 세배했던 건 사람들에게가 아니라
시간에게였다는 걸


어릴 때는 몰랐다.
왜 그렇게 많은 어른들이 한 집에 모였는지,
왜 서로를 유난히 반가워했는지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만남이 계속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사람이 사라지는 이유가 꼭 죽음만은 아니라는 것도


어떤 이는 병으로 떠났고,
어떤 이는 멀리 이사를 갔고,
어떤 이는 돈을 빌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어릴 때는 몰랐다.
명절이 가족을 확인하는 날이 아니라
‘누가 아직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날이라는 걸


나는 텅 빈 거실에서 혼자 절을 했다.
누구에게 하는 절인지도 모른 채


그저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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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클리절정님의 댓글

  • 36 클리절정
  • 작성일
섹스

핑크타릭님의 댓글

  • 40 핑크타릭
  • 작성일
에헤이 조졌네 이거

년이하루처럼님의 댓글

  • 42 년이하루처럼
  • 작성일
ㅠㅠㅠㅠ

년이하루처럼님의 댓글

  • 42 년이하루처럼
  • 작성일
십여년전에 거실이 그렇게 북적였는데 이젠 다들 안계시는게 너무 슬프다..

배당은퇴자님의 댓글

  • 36 배당은퇴자
  • 작성일
30대에 이거 보니까 존나 느껴진다. 요즘 작은 인연 하나하나도 다 소중하게 느껴짐.

빨간또마또님의 댓글

  • 25 빨간또마또
  • 작성일
아니...더 슬픈건우리 이전 세대들은 설날에 대해 우리처럼 생각할 일도 없었고 그냥 당연한걸로 여겼음우리는 지금 가정의 해체를 겪고 있는 세대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가정이라는 개념이 훨씬 더 분명하고 건강했던 이전 세대들에서 설날은 그냥 당연한거였음단지, 지금 우리는 이전엔 당연했던것들 조차 더이상 당연하게 여길수 없게되는 암울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것뿐임

정상화의신님의 댓글

  • 17 정상화의신
  • 작성일
늙으니까 오만 잡생각이 다 드나보군

살라키토님의 댓글

  • 32 살라키토
  • 작성일
안들면 젊은거야

번째혼밥님의 댓글

  • 19 번째혼밥
  • 작성일
잡생각 안 들을 때가 좋는거야 ㅋㅋ

다잊고사는데도님의 댓글

  • 20 다잊고사는데도
  • 작성일
큰아버지랑 큰이모가 어떻게 한집에 있나요...

그까이꺼대충님의 댓글

  • 45 그까이꺼대충
  • 작성일
겹사돈?

구름많은하늘님의 댓글

  • 41 구름많은하늘
  • 작성일
헷갈리는 친척들이라 헷갈리셨나봄

sunyoung3070님의 댓글

  • 25 sunyoung3070
  • 작성일
가화만사성

이런젠장님의 댓글

  • 64 이런젠장
  • 작성일
슬슬 시간이 유한한게 크게 다가오는거지

픽돌이님의 댓글

  • 11 픽돌이
  • 작성일
나도 어렸을땐 북적이는 친척들 보러 갔었었는데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부터 명절에 친척들 보러안감..간단하게 부모님 납골당 갔다가 집에옴

곰참치님의 댓글

  • 21 곰참치
  • 작성일
어렸을때는 외가 가면 이모만 일곱이라세배하면 최소 7만원은 확보되서 너무 좋았다근데 슬슬 내가 줄 나이가 되고보니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코로나고 뭐고 해서안모이게 되니 돈나갈 일이 없어져서 더 좋다

브랜뉴보이님의 댓글

  • 29 브랜뉴보이
  • 작성일
확실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척들끼리 모이는 일도 줄어들고예전에는 할아버지네 집에 가면 하루 자기도 하고 그랬는데지금은 그냥 당일에  만나서 당일에 헤어지고...할아버지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고 할머니 연세도 많으신데 할머니도 돌아가시면명절에 친척들끼리 만나기는 할까 싶긴 하다

해날님의 댓글

  • 30 해날
  • 작성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우리 가족만 지낸 명절이였다

고소한게가소로워님의 댓글

  • 24 고소한게가소로워
  • 작성일
명절이 가족들끼리 모이라고 만든 날인데 방송이고 페미고 명절에 놀러다녀야된다고 국민적 세뇌를 해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