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신과 의사가 보는 Lindsay Clancy 재판에 대한 흥미로운 부분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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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이 있으면 살인을 해도 책임이 없어지는 걸까?
최근 미국에서 굉장히 논쟁적인 재판 하나가 있었습니다.
바로 Lindsay Clancy 사건입니다.
Lindsay Clancy는 2023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자신의 세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은 “누가 아이들을 죽였는가?”가 아니었습니다.
그 부분 자체는 사실상 논쟁의 중심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어려운 질문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녀가 아이들을 죽였을 당시, 자신의 행동을 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정신상태였는가?”
즉,
정신질환이 있었다는 것과 형사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은 같은 말일까?
이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정신의학뿐 아니라 매사추세츠주의 형사법도 같이 봐야 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정신질환과 형사책임을 같은 개념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병이 있었으면 무죄 아니야?”
혹은
“계획적으로 행동했는데 어떻게 정신병이야?”
같은 반응이죠.
그런데 정신과 진단과 형사책임능력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정신과에서는
“이 사람에게 어떤 정신질환이 있는가?”
를 봅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그 다음 질문을 합니다.
“그 정신질환 때문에 범행 당시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능력이나,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능력이 실제로 무너져 있었는가?”
입니다.
조현병 진단이 있다고 해서 모든 범죄에서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진단명이 명확하지 않다고 해서 반드시 책임능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건 범행 당시 정신상태입니다.
미국의 주마다 다른법이 존재 하고
매사추세츠 법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좀 괴상한 부분도 존재 하죠.
매사추세츠에서는 흔히 말하는 insanity defense를 보통 lack of criminal responsibility, 즉 형사책임능력 결여의 문제로 다룹니다.
이 기준은 오래전 Commonwealth v. McHoul이라는 판례에서 발전했습니다.
쉽게 풀면 이런 구조입니다.
정신질환이나 정신적 결함 때문에
-
자신의 행동이 범죄이거나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이해할 능력이 없었거나
또는
-
자신의 행동을 법에 맞게 통제할 실질적인 능력이 없었다면
형사책임능력이 없다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이 실질적인 능력입니다.
완전히 의식을 잃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름도 알고,
어디 있는지도 알고,
전화도 하고,
대화도 하고,
심지어 어떤 행동을 계획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특정 정신질환 때문에 현실판단이나 행동통제 능력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 때문에
“계획성이 있었으니 정신병이 아니다”
라는 말이 반드시 맞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정부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라는 망상을 가지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 사람이 집 주변 차량 번호를 기록하고,
휴대전화를 여러 번 바꾸고,
창문을 가리고,
CCTV 위치를 확인하고,
도망갈 경로까지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은 매우 계획적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계획의 출발점 자체가
“정부가 나를 감시한다”는 망상
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즉,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과 현실판단이 정상이라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법정정신의학에서는 계획성이 있었느냐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계획이 어떤 현실인식 위에서 만들어졌는가
까지 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목소리가 죽이라고 했다.”
라고 말했다고 해서 곧바로
“환청이 있었으니 책임이 없다.”
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정신과에서는 훨씬 더 자세히 봅니다.
그 목소리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얼마나 자주 들렸는지,
자신의 생각과 구분되었는지,
다른 망상도 있었는지,
가족들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관찰했는지,
과거 진료기록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즉,
환청이 있었다는 말 하나가 형사책임을 없애주는 것도 아니고, 계획성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형사책임을 증명하는 것도 아닙니다.
전체 정신상태를 봐야 합니다.
매사추세츠 법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이 행동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심각한 망상 때문에
“저 사람은 악마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수백 명이 죽는다.”
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사람은 일반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불법이다.”
라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망상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나는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백 명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라고 믿는 것입니다.
즉, 추상적으로 “살인은 범죄다”라는 법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과, 바로 그 순간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잘못된 행위라는 사실을 실제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이 차이가 정신질환과 형사책임을 논할 때 상당히 중요합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조현병으로 인해 악마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합시다.
환청이 이렇게 명령합니다.
“저 사람을 죽여라.”
하지만 명령형 환청 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는 그 목소리를 실제처럼 경험하면서도,
“목소리가 죽이라고 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라고 판단하고 행동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정신병적 증상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별개로, 적어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상황은 훨씬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약물이나 술의 영향, 당시 정신병적 증상의 정도, 범행 전후의 행동, 계획성과 은폐 행동,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설명 등 여러 요소가 함께 고려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형사책임의 문제는 단순히
“조현병이 있었는가?”
“환청이 있었는가?”
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그 정신질환 때문에 당시 자신의 행동의 성격과 잘못됨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평가할 능력이 실질적으로 손상되어 있었는가?”
입니다.
정신과 진단명 자체와 법적 책임능력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같은 조현병 환자라도 당시 증상의 정도, 망상의 내용, 현실검증 능력,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법적 판단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사추세츠에서는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형사책임능력 문제가 적절하게 제기되면,
피고인이
“내가 정신이상이었다는 걸 내가 증명하겠습니다.”
라고 입증해야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오히려 검찰이 피고인에게 형사책임능력이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게 Lindsay Clancy 사건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즉 질문은 단순히
“변호인 측이 산후정신병을 완벽하게 증명했느냐?”
가 아닙니다.
“모든 증거를 보고도 검찰이 그녀에게 형사책임능력이 있었다는 것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했는가?”
가 법적으로 더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즉 그녀의 법적 유죄를 입증하는게 아주 어렵게 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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