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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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을 채우는 것은 오직 모니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르스름한 빛뿐이었다.
새벽 4시. 고요하다 못해 귀가 먹먹해지는 시간.
나는 습관적으로 마우스 휠을 긁어내리며 커뮤니티 게시판을
새로고침하고 있었다.
딱히 대단한 정보를 얻으려는 건 아니었다.
그저 불면증이 만들어낸 무의미한 손가락 운동일 뿐.
'배달앱 개수작 근황ㅋㅋ'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무심코 게시글을 클릭했다.
치킨 한 마리를 시키는데 부위별로, 맵기별로 쪼개어
추가금을 요구하는 배달앱의 교묘한 상술을 캡처한 사진이었다.
평소 같으면 '요즘 물가 미쳤다', '저러면 누가 시켜 먹냐' 같은
분노 섞인 댓글들이 줄을 이었을 글이다.
나 역시 비슷한 욕설을 속으로 삼키며 스크롤을 툭툭 내려
댓글창으로 향했다.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가장 상단에 위치한 댓글이었다.
닉네임은 '모서리의먼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반응이었다.
저런 얄팍한 꼼수로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악덕 업주는
고객센터에 신고해서 배달앱에서 쫓아내야 마땅하니까.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코 그 아래 달린 댓글들로
시선을 옮겼다.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 닉네임: 밤샘하는토끼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 닉네임: 녹슨자전거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 닉네임: 지나가는행인A
순간, 마우스를 쥔 손이 멈칫했다.
똑같았다. 토씨 하나, 띄어쓰기 하나 틀리지 않은 완벽히
동일한 문장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매크로인가? 아니면 새벽 유저들끼리 짜고 치는 장난 인가?
가끔 커뮤니티에서는 첫 댓글이 묘하게 달리면 그걸 복사해서
뇌절할 때까지 따라 다는 유행이 있긴 했다.
나는 헛웃음을 치며 스크롤을 더 내렸다.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 닉네임: 국밥빌런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 닉네임: 비오는날엔파전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 닉네임: 키보드워리어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 닉네임: 방구석철학자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
끝이 없었다.
100개가 넘는 댓글이 모조리 저 문장 하나로 도배되어 있었다.
심지어 방금 전까지 다른 글에서 정상적으로 댓글을 작성하던
유저들조차, 마치 집단 최면에라도 걸린 것처럼
저 기괴한 행렬에 동참하고 있었다.
기분이 묘하게 불쾌해졌다.
나는 도망치듯 뒤로 가기를 눌러 다른 게시글을 클릭했다.
이번엔 '##도 반도체 특별자치구역' 홍보 영상에 관한 진지한 정보글이었다.
스크롤을 내렸다.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 닉네임: 우주여행자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 닉네임: 푸른새벽빛
숨이 턱 막혔다.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유머글, 정보글, 심지어 방금 막 올라온 '나 오늘 생일인데 축하 좀'이라는 일상글까지.
커뮤니티 모든 글의 댓글창이 저 한 문장으로
획일화되어 가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악성 코드가 커뮤니티의 모든 언어를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았다.
"뭐야, 이거. 버근가?"
나는 억지로 목소리를 내어 중얼거렸다.
정적을 깨고 싶었다.
하지만 내 목소리는 방 안의 서늘한 공기에 먹혀들어가듯 금세 바스라졌다.
오기가 생겼다. 이 미친 템플릿의 흐름을 끊어버리고 싶었다.
오류가 난 세상 한가운데서 나만이 정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나는 익숙하게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고 댓글 입력창을 클릭했다.
[ 이 새벽에 다들 단체로 미쳤음? 뇌절 작작 좀; ]
엔터를 누르려는 찰나였다.
우웅-
모니터가 미세하게 떨리며 노이즈가 일었다.
동시에 뒷목을 타고 얼음장 같은 소름이 쫙 끼쳤다.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압도적이고 맹렬한 공포심이었다.
마치 모니터 너머의 수만 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해 번뜩이는 것 같았다.
내가 방금 적어 넣은 '이 새벽에 다들 단체로 미쳤음?'이라는 문장이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불경스럽고, 절대 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 될 끔찍한 오답처럼 느껴졌다.
만약 저 문장을 등록한다면?
그 순간, 내가 이 거대한 규칙을 어긴 대가로 '신고'를 당하고,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경고'를 먹고, 결국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짤려버릴' 것만 같은 본능적인 직감이 뇌리를 강타했다.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화면 속 똑같은 문장들이 마치 살아있는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나를 향해 기어 나오는 것 같은 환각마저 일었다.
나는 미친 듯이 백스페이스 바를 꾹 눌렀다.
지워야 해. 빨리 지워야 해.
내가 적었던 글자가 하나씩 지워질 때마다,
목을 조르던 보이지 않는 손아귀의 힘이 조금씩 풀려나갔다.
완벽하게 비워진 댓글창을 가만히 응시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스크롤을 올려 사람들의 댓글을 다시 보았다.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처음엔 기괴하고 섬뜩하게만 보였던 저 문장이,
이제는 묘하게 눈물겨운 안식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방주.
저 속에 섞여 들어가면 안전할 것이다.
튀지 않으면, 다수와 똑같이 목소리를 내면 적어도 세상에서
'짤릴' 일은 없을 테니까.
입안이 바싹 말라왔다.
머릿속 마지막 남은 이성은
'미친 짓이야, 당장 컴퓨터 코드를 뽑아버려'라고 절규하고 있었지만,
내 눈은 이미 저 문장의 완벽한 조형미에 깊숙이 홀려 있었다.
ㅇ과 ㅇ의 완벽한 대칭.
부드럽게 이어지는 자음과 모음의 나열. 저것은 정답이었다.
이 새벽, 이 기괴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정답.
나도 모르게 키보드 위로 손이 움직였다.
마치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누군가 내 손목을 쥐고 조종하는 것처럼 부드럽고 정확하게.
'ㅇ'
'ㅇ'
두 개의 자음을 치는 순간, 남아있던 일말의 공포조차 눈 녹듯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섬뜩한 소속감과 환희였다.
스페이스 바를 눌러 띄어쓰기를 했다.
텅 빈 방 안, 모니터 불빛에 비친 내 입가에 기묘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 '
'저'
'거'
' '
'신'
'고'
'하'
'면'
타이핑을 할 때마다 척추를 타고 짜릿한 쾌감이 번졌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나는 이 거대한 흐름의 일부다.
나는 안전하다.
' '
'경'
'고'
' '
'먹'
'고'
' '
'짤'
'림'
마침내 문장을 완성했다. 완벽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생존 신고. 나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며
마우스를 쥐고 [등록] 버튼을 클릭했다.
새로고침 된 화면 가장 위, 내 닉네임과 함께 댓글이 올라간 것이 보였다.
ㅇㅇ 저거 신고하면 경고 먹고 짤림 - 닉네임: 탈모들무침 (방금 전)
아아. 이토록 평온하고 완벽한 새벽이라니.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텅 비어버린 동공으로 다음 게시글을 클릭했다.
아직 내가 '정답'을 달아주어야 할,
구원해야 할 게시물들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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