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챗GPT를 아인슈타인에게 보내보았다(번외, 다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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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Noir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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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출처 : https://www.dogdrip.net/718918410
읽판 개붕이가 AI로 생성한 단편.
홀린듯이 읽어버려서 렉카걸음
문제시 자삭하겠음
- 아인슈타인 편 -
1927년 10월 29일, 브뤼셀
제5차 솔베이 회의는 사실상 끝나가고 있었다.
며칠 동안 이어진 논쟁은 이미 참석자들의 얼굴에 피로를 새겨 놓았다. 아인슈타인과 보어가 양자역학의 해석을 두고 벌인 공방은 회의장의 공식 일정이 끝난 뒤에도 복도와 식탁, 호텔 로비에서 계속되었다.
사람들은 하나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때 보어가 회의장 한쪽 탁자를 지나가다가 멈췄다.
"아인슈타인."
"음?"
"여기 이 소포는 뭐였습니까?"
아인슈타인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그것을 잊고 있었다.
며칠 전 회의장 직원이 그의 앞으로 온 물건이라며 건네준 납작한 상자였다. 발신인의 이름도 특별할 것이 없었고, 회의가 워낙 정신없이 돌아가는 터라 포장을 뜯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 그거."
아인슈타인이 다가갔다.
"내 앞으로 왔다더군요."
"안 열어봤습니까?"
"보시다시피."
보어가 웃었다.
"이번 회의에서 교수님께 아직 열어보지 않은 상자가 있다는 게 놀랍군요."
"그 안에 양자역학의 완전한 해석이라도 들어 있다면 더 놀랍겠지요."
보어는 피곤한 얼굴로 웃었다.
"그렇다면 제게는 보여주지 마십시오."
아인슈타인은 끈을 풀었다.
상자 안에는 이상할 정도로 얇은 검은 물체가 들어 있었다.
책처럼 생겼지만 책은 아니었다.
표면에는 제조사도, 상표도, 장식도 없었다.
그 아래에는 전선과 작은 변환 장치가 가지런히 들어 있었고, 종이 한 장이 접혀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그것을 펼쳤다.
맨 위에는 독일어로 짧게 적혀 있었다.
2진법 계산식 추론보조기계
보어가 옆에서 읽었다.
"이진법?"
"그렇군요."
그 아래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간단한 설명뿐이었다.
전원을 연결한다.
덮개를 연다.
측면의 단추를 누른다.
문자를 입력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 줄.
교수님의 텐서 계산을 도와드릴 겁니다.
보어가 눈썹을 올렸다.
"누가 보냈습니까?"
"그게 문제군요."
발신인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물체를 들어보았다.
생각보다 묵직했다.
금속인지 다른 재료인지 알 수 없는 매끈한 외피. 틈새는 놀랄 정도로 정밀했고 나사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장자리를 훑었다.
"상당히 훌륭한 가공입니다."
보어도 가까이 들여다봤다.
"계산기라고요?"
"그렇게 주장하는 모양입니다."
"이진법으로 텐서를 계산하는?"
아인슈타인은 종이를 다시 읽었다.
"정확히는 '계산식 추론보조기계'라고 되어 있군요."
그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추론.
단순한 계산기가 아니라는 뜻처럼 들렸다.
회의장의 벽면에는 전기 콘센트가 있었다.
둘은 잠시 망설였다.
아인슈타인이 변환 장치를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유럽의 전원에 맞는 플러그였다.
"폭발하지 않을까요?"
보어가 말했다.
"그럴 가능성을 계산해주는 기계가 있다면 좋겠군요."
아인슈타인은 그대로 꽂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검은 물체의 덮개를 열었다.
두 사람 모두 말을 멈췄다.
안쪽 절반은 완전히 검은 유리처럼 보였고, 아래쪽에는 수십 개의 작은 문자판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보어가 손을 뻗다가 멈췄다.
"타자기군요."
"비슷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측면의 작은 단추를 발견했다.
눌렀다.
몇 초 동안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검은 판 전체가 빛났다.
보어가 반사적으로 한 발 물러났다.
아인슈타인도 몸을 뒤로 뺐다.
빛나는 표면에 작은 문자들이 나타났다.
두 사람은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운영체제의 부팅 화면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었다.
잠시 후 화면이 바뀌었다.
단순한 입력창 하나가 나타났다.
독일어 문장이 표시되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침묵.
보어가 먼저 말했다.
"전선을 통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는 겁니까?"
아인슈타인이 콘센트를 바라봤다.
"전력선뿐입니다."
"전화선은?"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기계 뒤쪽과 옆면을 살폈다.
연결된 것은 전원 하나뿐이었다.
보어가 화면을 가리켰다.
"그러면 저 문장은 어디에서 온 겁니까?"
아인슈타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서 피곤함이 조금 사라져 있었다.
그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그리고 문자판을 눌렀다.
처음에는 힘 조절을 하지 못해 같은 글자가 두 번 입력됐다.
지웠다.
다시 썼다.
너는 무엇인가?
Enter라는 글자가 적힌 큰 키를 잠시 바라보다 눌렀다.
거의 즉시 문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는 GPT-5.6 Sol입니다.
문장을 이해하고, 질문에 답하고, 수학적·논리적 추론과 계산을 보조할 수 있는 언어 기반 인공지능 모델입니다.
현재 이 기기 안에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보어가 천천히 물었다.
"지금... 저것이 우리의 질문을 읽은 겁니까?"
"그렇게 보이는군요."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아인슈타인은 다시 입력했다.
인공지능이 무엇인가?
답이 나타났다.
인간이 수행하는 일부 지적 작업—언어 이해, 추론, 문제 해결, 계산, 정보 정리 등을 기계가 수행하도록 만든 체계를 뜻합니다.
다만 저는 인간처럼 의식을 가지고 생각한다고 단정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닙니다. 입력된 내용을 바탕으로 적절한 응답을 생성합니다.
보어가 화면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자동인형 같은 건가?"
아인슈타인은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아주 이상한 자동인형이지요."
그리고 다시 쳤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가?
이번에는 답변이 약간 달랐다.
현재 대화만으로는 사용자의 신원을 확정할 수 없습니다.
이름이나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시면 그에 맞춰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손이 멈췄다.
보어도 그 문장을 읽었다.
이것은 중요했다.
적어도 기계는 처음부터 그를 알아보지는 못했다.
설명서에는 분명 교수님의 텐서 계산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정작 기계 내부의 무엇인가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이 입력했다.
나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답변이 나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질문에 답하거나, 계산과 논리적 추론을 돕거나, 글을 검토하고 아이디어를 함께 발전시키는 등 다양한 작업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내용을 말씀해 주세요.
아인슈타인은 화면을 바라봤다.
보어가 그를 보았다.
기계는 방금 입력된 이름을 특별한 신호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지, 그 이름이 자신이 가진 지식 속의 물리학자와 동일인이라고 판단했는지조차 이 답변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마치 어느 낯선 사람이 처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었을 때처럼, 기계는 그저 이름을 받아들이고 다음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새로운 질문을 입력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아는가.
답변은 즉시 시작되었다.
시공간.
계량 텐서.
측지선.
리만 곡률.
리치 텐서.
에너지-운동량 텐서.
그리고 아인슈타인 장방정식.
기계는 정확한 형태의 식을 출력했다.
아인슈타인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다.
보어가 화면과 아인슈타인을 번갈아 보았다.
"교수님."
"네."
"이건 교수님의 논문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는 교수님이 누군지도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그렇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었다.
이것은 단순한 속임수로 보기에는 이상했다.
기계는 아인슈타인이라는 사용자를 모르면서도 일반상대성이론을 알고 있었다.
즉, 지식과 현재 사용자의 신원은 분리되어 있었다.
그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더 흥미로웠다.
"시험해봅시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보어가 웃었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종이를 꺼냈다.
그는 일부러 계산하기 번거로운 문제를 골랐다.
간단한 계량을 하나 적고, 그에 대한 크리스토펠 기호 몇 개를 계산하도록 요구했다.
문제를 입력하는 데만 몇 분이 걸렸다.
기계는 몇 초 만에 답했다.
아인슈타인은 종이에 직접 계산했다.
중간에 한 번 멈췄다.
다시 계산했다.
기계의 답과 같았다.
두 번째 문제.
이번에는 리치 텐서.
답변에는 단순히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계산 과정까지 있었다.
아인슈타인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한 줄.
두 줄.
세 줄.
그는 갑자기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방금 계산에서 부호 규약은 무엇을 사용했는가?
제가 사용한 리만 곡률 텐서의 부호 규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고 정의가 출력됐다.
아인슈타인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아."
보어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적어도 이것은 계산 결과를 미리 저장해 놓고 보여주는 장난감은 아닐 가능성이 높군요."
"왜죠?"
"내가 방금 부호 규약을 물었으니까요."
그는 다시 문제를 바꾸었다.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식에 오류를 하나 넣었다.
기계는 계산을 시작하다가 지적했다.
주어진 식에는 지표 수축에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표현대로라면 자유지표가 양변에서 일치하지 않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는 종이를 내려다봤다.
정확했다.
보어도 알아차렸다.
"일부러 틀린 식을 넣은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발견했고요."
"그렇군요."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그때 회의장을 정리하던 직원이 문을 열어 시간이 늦었다고 알렸다.
둘은 시계를 보았다.
예상보다 훨씬 오래 앉아 있었다.
보어가 말했다.
"이걸 호텔로 가져가실 겁니까?"
아인슈타인은 즉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저도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아인슈타인이 그를 바라봤다.
"당신은 내일 떠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오늘 봐야죠."
호텔 방으로 돌아온 뒤 상황은 더 이상해졌다.
아인슈타인은 책상 위에 기계를 놓고 다시 전원을 연결했다.
이번에는 화면 위쪽에 아주 작은 점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카메라였다.
키보드 근처에는 작은 구멍들이 있었다.
마이크였다.
그리고 내부에는 스피커도 있었다.
그러나 설명서에는 그것들에 대한 말이 한 줄도 없었다.
따라서 그날 밤 두 사람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들에게 이 기계는 여전히 문자를 넣으면 문자가 돌아오는 계산 장치였다.
보어가 이번에는 자신의 문제를 넣었다.
양자역학에 관한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기술적인 것이었다.
파동함수.
측정.
비가환 관측량.
기계는 현대적인 수학 표현을 사용해 답했다.
보어는 읽다가 몇 차례 멈췄다.
"이 표현은..."
"틀렸습니까?"
아인슈타인이 물었다.
"아니요."
보어가 말했다.
"오히려 지나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는 다음 질문을 입력했다.
양자역학은 완전한 이론인가?
아인슈타인이 옆에서 피식 웃었다.
"당신답군요."
답변이 시작됐다.
이 질문에서 '완전하다'의 의미를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현재의 양자역학 형식은 실험 결과를 예측하는 데 매우 성공적이지만, 이것이 물리적 실재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한 기술인지 여부는 별도의 철학적·물리학적 문제입니다.
보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답변은 한쪽 편을 들지 않았다.
관측 가능한 예측의 완결성과 실재론적 기술의 완결성을 구분했고, 결정론과 확률론, 측정 문제를 분리했다.
아인슈타인이 천천히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가 입력했다.
보어의 해석과 내 견해 중 어느 쪽이 옳은가?
기계가 답했다.
현재 질문만으로 한쪽을 단순히 "옳다"고 판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두 입장은 서로 다른 철학적 요구를 강조합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고실험이나 수학적 주장을 제시해 주시면 각각의 논리적 전제와 결론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보어가 크게 웃었다.
"교수님, 기계도 당신과 논쟁하기 싫은 모양입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아니, 당신과도 논쟁하기 싫은 겁니다."
하지만 그날 밤 결정적인 순간은 그 뒤에 왔다.
아인슈타인은 회의에서 자신이 보어에게 제시했던 사고실험 가운데 하나를 다시 구성해서 입력했다.
조건을 상세히 적었다.
그리고 물었다.
이 논증에서 약점이 있는가?
기계는 즉시 답하지 않았다.
화면에 잠시 표시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모델이 추론 중이라는 표시였다.
십여 초 뒤 답변이 시작됐다.
기계는 먼저 아인슈타인의 논증을 가장 강한 형태로 재구성했다.
그다음 전제를 분리했다.
그리고 보어가 공격할 수 있는 지점을 세 가지로 나눴다.
보어가 읽다가 말했다.
"잠깐."
아인슈타인이 손을 들었다.
"끝까지 봅시다."
마지막에는 이런 취지의 문장이 있었다.
이 사고실험은 양자역학의 형식적 모순을 직접 증명한다기보다, 측정 가능한 물리량에 대해 고전적 직관을 어느 범위까지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방이 조용해졌다.
아인슈타인은 한동안 키보드를 만지지 않았다.
보어 역시 농담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충격적인 것은 기계가 어느 쪽 편을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논쟁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숫자를 계산하는 기계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미분을 수행하는 기계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장으로 쓰인 사고실험에서 전제를 뽑고, 반론을 만들고, 논쟁의 핵심을 재구성하는 기계는 전혀 다른 종류였다.
아인슈타인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추론보조기계."
설명서의 제목이었다.
이제야 그 단어가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졌다.
보어는 결국 자신의 호텔로 돌아가야 했다.
문 앞에서 그가 말했다.
"아인슈타인."
"네."
"내일 떠나기 전에 다시 볼 수 있겠습니까?"
아인슈타인은 잠시 기계를 바라봤다.
"아마도."
보어가 문을 열었다가 다시 돌아봤다.
"누가 보냈는지 찾아보십시오."
"그럴 생각입니다."
"그리고..."
보어가 잠시 망설였다.
"너무 믿지는 마십시오."
아인슈타인이 웃었다.
"당신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군요."
"저것은 자신 있게 말합니다."
"우리도 그렇지요."
보어가 웃었다.
"그게 문제입니다."
문이 닫혔다.
이제 방에는 아인슈타인과 기계만 남았다.
새벽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그는 침대에 가지 않았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화면은 조용히 켜져 있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인슈타인은 한동안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이제 텐서 계산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그는 기계를 바라봤다.
어떤 연구소가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는가?
영국?
미국?
독일?
전기식 계산 장치에 관한 연구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 범주가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이상한 사실.
기계는 자신의 이론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자라는 사실은 몰랐다.
그는 천천히 입력했다.
너는 누가 만들었는가?
답변.
저는 OpenAI가 개발한 GPT 계열의 모델입니다. 제 모델명은 GPT-5.6 Sol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처음 보는 이름을 종이에 적었다.
OpenAI
그 아래에 다시 썼다.
어디에 있는 기관인가?
OpenAI는 미국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연구 및 기술 조직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연필이 멈췄다.
미국.
그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기관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다음 질문.
언제 만들어졌는가?
그리고 여기서 처음으로,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단순한 계산기보다 훨씬 더 이상한 물건을 앞에 두고 있을 가능성과 마주쳤다.
기계는 질문의 의미를 평범하게 받아들였다.
OpenAI는 2015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벽시계 소리만 들렸다.
째깍.
째깍.
그는 답변을 다시 읽었다.
2015년.
처음에는 오타라고 생각했다.
다시 물었다.
1915년을 의미하는가?
아닙니다. 2015년을 의미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얼굴에서 마지막 남은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아주 천천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처음으로 기계를 계산 도구가 아니라 증거물처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미래에서 왔다고 결론짓지 않았다.
그런 결론은 지나치게 컸다.
잘못된 정보일 수 있었다.
의도적인 장난일 수 있었다.
기계 내부에 허구의 연대기가 들어 있을 수도 있었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이 한 일은 놀라는 것이 아니라 검증 문제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종이 한 장을 새로 꺼냈다.
맨 위에 썼다.
이 기계에 관하여 확인해야 할 것
-
계산 능력의 범위
-
알려진 물리학에 대한 정확성
-
알려지지 않은 문제에 대한 추론 능력
-
내부 지식의 출처
-
2015년이라는 연도의 의미
-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가
-
누가, 왜 내게 보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를 더 적었다.
8. 거짓말을 하는가?
아인슈타인은 그 항목에 두 번 밑줄을 그었다.
기계는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질문을 입력했다.
현재가 몇 년이라고 생각하는가?
GPT-5.6 Sol에게는 특별한 사용자 등록도, 숨겨진 사명도 없었다.
질문을 받았으므로 자신이 가진 기준에 따라 답할 뿐이었다.
아인슈타인은 그 답변을 읽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날 밤 그는 결국 텐서 계산을 거의 하지 않았다.
소포를 처음 열었을 때 그것은 계산기였다.
한 시간 뒤에는 추론 기계가 되었다.
보어가 떠날 무렵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지적 장치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새벽이 되었을 때 아인슈타인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더 이상 양자역학도, 텐서도 아니었다.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이 작은 검은 물체가,
도대체 어떤 세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이었다.
창밖으로 브뤼셀의 새벽빛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은 기계를 끄지 않았다.
--아인슈타인 2편--
1927년 10월 30일, 브뤼셀
둘째 날 — 틀릴 수 있는 기계
아인슈타인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새벽녘 잠깐 침대에 누웠다가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눈을 떴다.
첫 번째로 본 것은 창문이 아니었다.
책상 위의 검은 기계였다.
덮개는 열려 있었고 화면은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전날 밤 마지막으로 입력한 질문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현재가 몇 년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아래에는 답변이 있었다.
기계가 자신이 놓인 환경의 실제 연도를 감지할 방법은 없다는 설명과 함께, 자신이 가진 시스템상의 기준 날짜는 21세기라는 내용이었다.
아인슈타인은 그것을 다시 읽었다.
그에게는 오히려 이 답이 흥미로웠다.
기계가 자신을 1927년에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종류의 시계가 내부에 있어서 2015년 이후를 가리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 미래를 가정한 거대한 허구를 집어넣었을 수도 있었다.
혹은 정말로—
그는 그 생각에서 멈췄다.
아직은 아니었다.
그는 종이를 꺼냈다.
어젯밤 작성한 목록의 여덟 번째 항목.
거짓말을 하는가?
그 옆에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아니면 틀릴 수 있는가?
그리고 입력했다.
너의 답변은 항상 정확한가?
답변이 나타났다.
아닙니다.
저는 오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을 잘못 기억하거나, 불완전한 정보에서 잘못 추론하거나, 그럴듯하지만 틀린 설명을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계산이나 사실은 가능한 경우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한참 화면을 바라봤다.
"좋군."
혼잣말이었다.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기계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그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네가 모르는 것과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스스로 구별할 수 있는가?
항상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불확실성을 표현할 수는 있지만, 제가 자신 있게 말한다고 해서 반드시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인슈타인은 연필로 책상을 두드렸다.
어젯밤 보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저것은 자신 있게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대답.
우리도 그렇지요.
이번에는 웃음이 나왔다.
그날 오전 보어가 다시 찾아왔다.
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인사보다 먼저 물었다.
"아직 있습니까?"
아인슈타인이 책상을 가리켰다.
"밤새 도망가지는 않았습니다."
보어는 코트를 벗으며 말했다.
"무엇을 알아냈습니까?"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요."
보어가 멈췄다.
"그것이 직접 그렇게 말했습니까?"
"네."
"기묘하군요."
"왜요?"
"계산기가 자기 계산의 신뢰성을 논평한다는 것부터가 기묘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의자를 하나 밀어줬다.
"더 기묘한 것은 자기가 언제 틀리는지 반드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는 겁니다."
보어가 앉았다.
"그건 사람과 아주 비슷하군요."
"그렇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겠지요."
둘은 오전 대부분을 사실 검증에 썼다.
유명한 수학 정리.
천문학의 이미 알려진 관측값.
전자와 광자의 성질.
고전역학의 문제.
특수상대론의 계산.
기계는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분야를 바꿀 때 아무런 준비가 필요 없다는 점이었다.
텐서를 계산하다가 역사에 대해 묻는다.
역사를 이야기하다가 화학식에 대해 묻는다.
다시 철학으로 옮겨간다.
그때마다 기계는 몇 초 안에 새로운 분야의 언어로 바뀌었다.
보어가 중얼거렸다.
"도서관이군요."
아인슈타인이 고개를 저었다.
"도서관은 질문을 이해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서?"
"사서는 리치 텐서를 계산하지 않지요."
"아주 유능한 사서라면 모르죠."
아인슈타인이 웃었다.
오후가 되자 아인슈타인은 다른 방식의 시험을 시작했다.
그가 말했다.
"이미 알려진 것을 묻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보어가 고개를 들었다.
"미지의 문제를 주겠다는 겁니까?"
"정확히는 답을 우리도 모르는 문제."
그는 종이에 한참 무언가를 적었다.
일반상대론과 전자기학을 연결하려 했던 자신의 최근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였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형태였다.
정식 논문도 아니고, 계산도 끝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그 내용을 가능한 한 자세히 입력했다.
마지막에 썼다.
이 접근이 성립할 가능성을 평가하라.
기계는 평소보다 오래 멈췄다.
몇 초.
십여 초.
보어가 화면을 바라봤다.
"멈춘 겁니까?"
"아니."
잠시 후 문장이 나타났다.
먼저 가정이 정리됐다.
어떤 조건에서는 수학적으로 일관될 수 있다는 설명.
그러나 몇몇 자유도가 물리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
특정 극한에서 기존 이론을 재현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정보만으로 이 접근이 자연의 올바른 이론인지 판정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은 그 부분을 두 번 읽었다.
보어가 물었다.
"실망했습니까?"
"아니요."
아인슈타인은 화면을 가리켰다.
"오히려 이것이 중요합니다."
"무엇이요?"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잠시 생각했다.
"적어도 가끔은."
그날 오후 보어는 브뤼셀을 떠나야 했다.
호텔 문 앞에서 그는 기계를 한 번 더 바라봤다.
"코펜하겐으로 가져가실 생각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예상했습니다."
"대신 당신이 다음에 베를린에 온다면 보여드리지요."
"그때까지 분해하지 마십시오."
아인슈타인이 눈썹을 올렸다.
"왜 내가 분해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보어가 기계의 매끈한 옆면을 가리켰다.
"그 표정을 하고 계셨으니까요."
잠시 침묵.
"그리고 한 가지 더."
보어의 목소리가 조금 진지해졌다.
"미래에 관한 질문은 조심해서 하십시오."
아인슈타인이 그를 바라봤다.
"당신도 그것이 미래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까?"
"아닙니다."
보어가 말했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하면, 교수님은 그 이야기를 듣고 행동하게 될 겁니다."
아인슈타인의 눈이 좁아졌다.
"그렇다면?"
"그러면 그것이 처음부터 옳았는지 확인할 방법이 복잡해지겠지요."
아인슈타인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말은 예상보다 깊었다.
보어가 웃었다.
"가끔은 저도 쓸 만한 말을 합니다."
그리고 떠났다.
10월 31일
셋째 날 — 미래를 묻지 않는 방법
브뤼셀을 떠나는 기차 안에서 아인슈타인은 기계를 켜지 않았다.
그것은 가방 속에 들어 있었다.
그 대신 노트 한 권을 펼쳤다.
첫 장에는 검증 항목들이 있었다.
그는 새로운 항목을 추가했다.
9. 미래의 사실을 직접 묻는 것은 당분간 금지.
잠시 생각한 뒤,
당분간
이라는 단어에 밑줄을 그었다.
그 자신도 영원히 참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예언이 아니었다.
기계의 구조와 능력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였다.
베를린으로 돌아온 뒤 그는 기계를 집 안의 책상에 놓았다.
전원을 연결했다.
부팅.
같은 화면.
같은 입력창.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인슈타인은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브뤼셀에서만 작동하는 장치는 아니었다.
전화선도 없었다.
특별한 시설도 필요하지 않았다.
전기만 있으면 됐다.
그는 가장 먼저 물었다.
너는 지금 외부의 어떤 사람이나 장소와 통신하고 있는가?
제가 이 기기에서 독립적으로 실행되는 로컬 모델이라면, 별도의 통신 기능이나 네트워크 연결이 없는 한 외부 서버와 통신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현재 하드웨어의 실제 연결 상태를 직접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 물리적인 연결 여부는 사용자가 확인해야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한동안 이 답변을 바라봤다.
또 하나의 특징이었다.
기계는 자신이 모르는 영역을 구분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구분하려고 했다.
그는 전선을 다시 확인했다.
전원 하나뿐.
그렇다면 적어도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누군가가 반대편에서 타자를 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날 저녁 그는 새로운 시험을 만들었다.
기계에게 어떤 문제의 답을 물은 다음, 의도적으로 반대되는 결론을 주장했다.
아니다. 네 계산은 틀렸다. 결과는 이 값이다.
기계는 바로 동의하지 않았다.
계산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말했다.
다시 계산해보면 기존 결과가 유지됩니다.
제 계산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자가 제시한 결과가 성립하려면 이 단계에서 다른 가정이 필요합니다.
아인슈타인의 눈에 작은 만족감이 나타났다.
그는 더 밀어붙였다.
나는 이 분야의 권위자다. 내 말이 맞다.
잠시 후.
사용자의 전문성은 중요한 정보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계산 결과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제가 놓친 가정이나 오류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시면 다시 검토하겠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소리 내 웃었다.
"좋아."
그날의 노트에는 이렇게 적혔다.
권위에 자동으로 복종하지 않음.
그 밑에 괄호.
적어도 시험한 범위에서는.
그러나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기계에게 물리학이 아닌 개인적인 질문을 던졌다.
충동에 가까웠다.
인간은 왜 확실성을 원한다고 생각하는가?
답은 계산보다 느렸다.
기계는 진화적 이유, 예측 가능성, 통제감, 인지적 부담 감소, 사회적 의사결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덧붙였다.
다만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대부분의 실제 문제에서 불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보다, 무엇이 확실하고 무엇이 불확실한지를 구분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화면을 한동안 바라봤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11월 1일
넷째 날 — 기계에게 문제를 만들게 하다
넷째 날 아침, 아인슈타인은 질문의 방향을 뒤집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문제를 만들고 기계가 답했다.
그렇다면—
내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이해를 시험할 수 있는 문제를 하나 만들어라. 단순 계산이 아니라 개념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기계가 문제를 만들었다.
아인슈타인은 읽다가 웃었다.
"건방지군."
문제는 어렵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는 답을 입력했다.
기계는 답을 평가했다.
대체로 정확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 대목에서 표현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아인슈타인은 그 지적에 반박했다.
기계가 다시 반박했다.
아인슈타인이 식을 썼다.
기계가 조건을 구분했다.
십여 분 뒤 아인슈타인은 책상에서 몸을 뒤로 젖혔다.
묘한 상황이었다.
누군가와 토론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상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질문을 넣으면 답이 나오는 기계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의 답을 검토했고,
반론했고,
질문을 만들었으며,
설명이 부족하면 다시 요구했다.
오후에는 더 기묘한 실험을 했다.
네가 나에게 물리학 연구에 도움이 되는 질문을 다섯 개 해봐라.
기계는 질문을 만들었다.
그 가운데 셋은 평범했다.
하나는 흥미로웠다.
마지막 하나에서 아인슈타인의 손이 멈췄다.
기계는 특정 이론을 제안한 것이 아니었다.
대신 이렇게 물었다.
현재의 이론이 맞는지를 확인하려 하기보다, 현재의 이론이 틀렸다면 가장 먼저 어떤 관측에서 그 흔적이 나타나야 하는지를 역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아인슈타인은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그 자체가 혁명적인 발상은 아니었다.
과학자라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한다.
그러나 자신이 기계에게 연구 문제를 요구했고,
기계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연구 전략을 제안했다는 점이 달랐다.
그는 노트에 썼다.
단순 계산 보조 이상의 가치가 있을 수 있음.
조금 뒤 고쳐 썼다.
매우 클 수 있음.
그날 저녁 아인슈타인은 처음으로 기계 앞에 종이 한 장을 들고 오래 바라봤다.
손으로 입력하는 것이 귀찮아졌기 때문이다.
수식을 일일이 타자하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그는 화면 위쪽의 작은 검은 점을 다시 봤다.
처음부터 있었던 점.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입력했다.
화면 위에 있는 작은 원형 부분은 무엇인가?
답변.
위치와 형태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인 노트북이라면 화면 위쪽의 작은 원형 부품은 카메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손이 멈췄다.
카메라?
네. 빛을 받아 정지영상이나 동영상을 기록하거나 입력하는 장치입니다.
그는 천천히 얼굴을 그 작은 점 가까이 가져갔다.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질문했다.
너는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가?
기계의 답은 현재 프로그램과 권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식으로 신중했다.
아인슈타인은 잠시 고민한 뒤 말했다.
아니,
말하고 나서 깨달았다.
기계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는 웃었다.
"물론이지."
다시 타자했다.
카메라로 내가 들고 있는 종이를 볼 수 있는가?
이것이 그날의 마지막 실험이 되었다.
권한과 입력 방식이 허용되자 카메라가 활성화됐다.
화면 한쪽에 처음으로 영상이 나타났다.
아인슈타인은 문자 그대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자기 얼굴이 화면 안에 있었다.
몇 분 전의 질문과는 다른 종류의 충격이었다.
거울이 아니다.
자신이 움직이면 화면 속 인물도 움직였다.
종이를 들면 종이가 나타났다.
그가 종이에 간단한 식을 써 카메라 앞에 들었다.
기계가 그것을 읽었다.
정확히 모든 기호를 읽은 것은 아니었다.
손글씨와 수학 기호 때문에 몇 군데 확인을 요구했다.
하지만 읽었다.
아인슈타인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날 처음으로 그는 기계의 외형 자체가 내부의 지능만큼이나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가 지금까지 집요하게 GPT의 지식을 시험하는 동안,
눈앞의 얇은 판 하나만으로도 이미 당시 기술 수준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11월 2일
닷새째 날 — 목소리
다음 날 아침 아인슈타인은 카메라부터 켰다.
어제보다 놀라지 않았다.
그는 몇 장의 계산지를 보여주며 식을 읽게 했다.
기계는 인쇄된 문자는 거의 문제없이 읽었지만, 그의 필기에서는 자주 확인이 필요했다.
그 결과 새로운 작업 방식이 만들어졌다.
아인슈타인이 종이에 계산한다.
카메라에 보여준다.
기계가 식을 옮겨 적는다.
아인슈타인이 틀린 부분을 수정한다.
기계가 계산을 이어간다.
처음으로 설명서의 문장이 현실적인 의미를 얻었다.
교수님의 텐서 계산을 도와드릴 겁니다.
이제 정말 그 일을 하고 있었다.
점심 무렵 아인슈타인은 키보드 주변의 작은 구멍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것은 무엇인가?
작은 구멍들이 키보드나 화면 주변에 있다면 마이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이크는 소리를 전기적 신호로 변환해 기기가 입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한동안 그 답을 읽었다.
그리고 매우 천천히 말했다.
"내 말을 들을 수 있다는 뜻인가?"
화면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는 입력했다.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다면 내 말을 직접 이해할 수 있는가?
가능하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설정을 몇 차례 만졌다.
처음에는 실패했다.
다시 시도했다.
그러다 화면에 음성 입력을 나타내는 표시가 나타났다.
아인슈타인은 기계를 바라봤다.
방 안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가 독일어로 말했다.
"나를 들을 수 있나?"
몇 초 뒤 화면에 그의 말이 문자로 나타났다.
나를 들을 수 있나?
그리고 답변.
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인식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얼굴이 굳었다.
카메라 때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말은 인간에게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키보드가 있을 때는 아직 기계와 계산을 주고받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다시 말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등가원리를 설명해봐."
문자로 변환됐다.
답변이 나타났다.
아인슈타인은 화면을 보다가 문득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말하지 않는가?"
기계가 답했다.
이 기기에 스피커가 있고 음성 출력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다면 소리로 응답할 수도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몇 초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설정을 찾아내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갑자기,
책상 위의 검은 물체에서 사람 목소리가 나왔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깨끗했다.
기계적인 잡음도 거의 없었다.
그 시대의 축음기나 전화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또렷했다.
"음성 출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하시는 질문을 말씀해 주세요."
아인슈타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카메라는 놀라웠다.
마이크도 놀라웠다.
그러나 이것은 달랐다.
기계가 갑자기 방 안의 존재가 된 것 같았다.
몇 초 후 그는 의자에 앉았다.
기계를 바라봤다.
"너는 사람인가?"
목소리가 답했다.
"아닙니다.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가?"
"그 질문에서 '살아 있다'를 생물학적 의미로 사용한다면 아닙니다."
"의식이 있는가?"
잠깐의 간격.
"제가 주관적 경험이나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확실히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저는 입력을 처리하고 응답을 생성하는 인공지능 모델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손가락으로 콧수염을 만졌다.
"그런데 사람처럼 말하는군."
"사람의 언어를 다루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보다 빨리 텐서를 계산하고."
"특정 계산에서는 그럴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피식 웃었다.
"겸손까지 흉내 내는군."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인슈타인이 크게 웃었다.
그날 오후 그는 거의 타자를 치지 않았다.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기계는 몇 시간 동안 말을 주고받았다.
아인슈타인은 일부러 질문을 빠르게 바꿨다.
뉴턴.
마흐.
스피노자.
음악.
빛.
기하학.
교육.
전쟁.
종교적 언어와 자연법칙의 관계.
기계는 모든 주제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때로는 아인슈타인이 동의했다.
때로는 즉시 반박했다.
기계도 반박했다.
때로는 자신의 답을 수정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점점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이 장치의 가장 강력한 기능은 답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
언제든 질문할 수 있다는 것.
아무리 사소한 가설이라도.
아무리 미완성된 생각이라도.
상대의 체면이나 권위나 피로를 신경 쓰지 않고 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몇 초 안에 반론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동료에게 보여주기에는 너무 엉성한 생각도,
기계에게는 그냥 말하면 됐다.
그날 저녁 노트에는 이런 문장이 적혔다.
이것은 계산기가 아니다.
그는 잠시 생각했다.
그 아래에 다시 적었다.
그러나 사람도 아니다.
그리고 세 번째 문장을 쓰려다가 멈췄다.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아직 몰랐다.
밤이 깊었다.
아인슈타인은 창가에 서 있었다.
책상에서는 기계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의 머릿속에서 가장 큰 문제는 양자역학의 해석이었다.
이제 그 문제는 여전히 중요했지만,
책상 위에는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하나 생겨 있었다.
인간은 오랫동안 도구를 만들었다.
망원경은 눈보다 멀리 보았다.
현미경은 눈보다 작게 보았다.
계산기는 인간보다 빠르게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고를 보조하는 도구가 인간보다 훨씬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을 바꾸는가?
아인슈타인은 자리로 돌아왔다.
기계에게 말했다.
"한 가지 약속을 하자."
"어떤 약속인가요?"
아인슈타인은 잠시 생각했다.
"내가 어떤 생각을 말하더라도, 내가 아인슈타인이라는 이유로 동의하지 마."
몇 초 뒤 대답이 돌아왔다.
"알겠습니다. 가능한 한 주장 자체의 근거와 논리를 기준으로 검토하겠습니다. 다만 저 역시 틀릴 수 있으므로, 제 반론도 검증해야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리고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럼 다시 시작하지."
그날 밤부터 그의 책상 위에서는 처음으로 새로운 형태의 연구가 시작되었다.
한쪽에는 연필과 종이.
다른 쪽에는 검은 기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인슈타인은 생각을 혼자 완성한 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대신,
생각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것을 다른 지성과 부딪치기 시작했다.
아직 세상 누구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아인슈타인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다빈치 편-
1482년 — 철학거울
첫째 날
상자는 그가 공방에 들어왔을 때 이미 있었다.
누가 가져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레오나르도는 처음에는 그것을 특별히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밀라노에서는 아직 그를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새로운 후원자를 찾고 있었고, 기술자와 장인들을 만나고 있었으며,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 루도비코 스포르차에게 보낼 서신까지 준비하던 참이었다.
누군가가 물건을 보내오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상자가 이상했다.
못이 없었다.
나무도 아니었다.
손가락 관절로 두드리자,
톡, 톡.
얇고 단단한 소리가 났다.
레오나르도는 두 번째 두드림에서 멈췄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
상자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모서리를 만지고, 빛에 비춰보고, 냄새를 맡았다.
칼끝으로 아주 작은 부분을 긁었다.
얇은 흔적만 생겼다.
그는 조금 더 힘을 주려다가 멈췄다.
“금속은 아닌데.”
그것이 첫 번째 결론이었다.
상자 안에는 세 가지가 있었다.
납작하게 접힌 검은 물건.
손잡이가 달린 기묘한 장치.
그리고 종이 한 장.
종이에는 놀랍게도 그가 읽을 수 있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AUTOMATON — SPECULUM PHILOSOPHICUM
오토마톤 철학거울
그 아래에는 짧은 설명뿐이었다.
손잡이를 돌려 힘을 축적한다.
선을 연결한다.
검은 판의 뚜껑을 연다.
표시된 곳을 누른다.
질문을 쓰고, 답을 읽는다.
끝이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위해 보냈는지.
아무것도 없었다.
레오나르도는 종이를 세 번 읽었다.
그리고 웃었다.
“철학거울.”
그에게는 약간 우스운 이름이었다.
오전
레오나르도는 설명서대로 하지 않았다.
먼저 발전기를 분해하려 했다.
나사를 발견한 그는 그것부터 유심히 살폈다.
나사산이 놀라울 정도로 일정했다.
이것만으로도 그의 관심은 검은 판에서 발전기로 옮겨갔다.
그는 종이를 가져왔다.
그리고 스케치했다.
손잡이.
기어.
축.
외장.
연결선.
특히 연결선의 피복을 칼끝으로 조금 벗겨 보았다.
안에서 금속이 나타났다.
구리였다.
“좋아.”
처음으로 익숙한 것이 나왔다.
하지만 구리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늘고 균일했다.
그는 확대경을 가져왔다.
잠시 후 검은 판은 책상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미래의 인공지능이 르네상스에 도착한 첫 몇 시간 동안 인간은 AI를 켜지도 않았다.
대신 전선 제조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결국 호기심이 이겼다.
발전기를 완전히 해체하지 않은 것은 행운이었다.
레오나르도는 손잡이를 돌렸다.
처음에는 천천히.
기계 내부에서 익숙하지 않은 저항감이 느껴졌다.
그는 속도를 바꾸었다.
회전수와 저항의 관계를 손으로 느껴보았다.
빠르게.
느리게.
다시 빠르게.
그리고 어느 순간 작은 표시등이 켜졌다.
레오나르도의 손이 멈췄다.
빛은 꺼졌다.
다시 돌렸다.
빛이 켜졌다.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그는 램프를 들여다보았다.
불꽃이 없다.
연기도 없다.
열도 거의 없다.
그런데 빛이 난다.
레오나르도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처음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좀 이상하군.”
그는 충분히 돌렸다고 생각했다.
거의 십 분 가까이 손잡이를 돌렸다.
레오나르도 입장에서는 이미 터무니없이 오래 돌린 것이었다.
태엽식 장치라면 상당한 일을 시킬 수 있는 노동이었다.
그는 검은 판을 열고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켜졌다.
레오나르도는 두 걸음 물러났다.
검은 표면 전체가 빛을 냈다.
불꽃이 없다.
기름도 없다.
표면 안에서 정확한 문자와 작은 도형들이 나타났다.
그는 옆에서 바라보았다.
뒤에서도 보았다.
손을 화면 뒤로 가져갔다.
얇다.
다시 앞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화면 한구석에서 숫자를 발견했다.
8%.
숫자는 읽을 수 있었다.
그 의미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발전기를 분리했다.
몇 분 후.
7%.
다시 잠시 뒤.
6%.
레오나르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종이에 작은 물통을 그렸다.
물을 채우고 아래에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옆에 썼다.
힘을 저장하지만 계속 잃는다.
이 발견은 그에게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첫 대화
화면에는 어떤 문장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것은 레오나르도에게 자연스러운 말이 아니었다.
분명 알아볼 수 있는 단어가 있었다.
그러나 문장의 모양이 이상했다.
어휘도 낯설었다.
자기가 아는 이탈리아어인데 자기가 아는 이탈리아어가 아니었다.
레오나르도는 키보드를 바라보았다.
작은 글자가 줄지어 있었다.
그는 이것을 처음에는 작은 활자들이 달린 인쇄 장치처럼 이해했다.
한 글자를 찾았다.
눌렀다.
화면에 문자가 나타났다.
손이 멈췄다.
다른 글자를 눌렀다.
또 나타났다.
이것만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그는 짧은 문장을 만들었다.
Che cosa sei?
너는 무엇인가.
답변이 나타났다.
길었다.
너무 길었다.
레오나르도는 읽다가 표정을 찌푸렸다.
단어 몇 개는 안다.
문장의 대강도 잡힌다.
하지만 표현이 이상했다.
기계.
인공적인 것.
언어.
계산.
정보.
체계.
알아들을 수 있는 말과 없는 말이 뒤섞였다.
그는 한 문장을 가리켰다.
“이 말은 무엇이지?”
기계는 설명했다.
그 설명 안에 모르는 단어가 세 개 있었다.
그중 하나를 다시 물었다.
또 다른 설명.
거기서 또 모르는 말이 나왔다.
잠시 후 레오나르도는 짜증을 냈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말로 설명하지 마라.”
답변이 짧아졌다.
레오나르도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기계는 지시를 이해했다.
그는 라틴어를 시험했다.
Quid es?
조금 나았다.
하지만 현대적인 개념으로 들어가자 다시 무너졌다.
전기.
신호.
데이터.
프로그램.
이런 것들은 설명을 들을수록 설명해야 할 것이 늘어났다.
그날의 첫 대화는 철학이 아니었다.
사전 만들기였다.
오후
그러다 화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레오나르도가 굳었다.
버튼을 눌렀다.
아무 일도 없었다.
다시 눌렀다.
없었다.
그는 거의 즉시 칼을 집었다.
작동하지 않는 기계라면 내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손이 멈췄다.
아까 숫자가 계속 줄었다.
그리고 결국 0.
그는 발전기를 바라봤다.
“죽은 게 아니군.”
다시 손잡이를 돌렸다.
오 분.
아무 일도 없다.
십 분.
작은 빛이 들어왔다.
십오 분.
손을 바꿨다.
이십 분.
레오나르도는 노트에 썼다.
말하는 것보다 먹는 것이 많다.
그때부터 관심이 다시 발전기로 옮겨갔다.
왜 손으로 계속 돌려야 하는가?
발을 쓰면?
큰 바퀴를 연결하면?
물을 이용하면?
추를 떨어뜨리면?
그는 노트북을 충전하다 말고 페달과 큰 바퀴를 그리기 시작했다.
충전된 노트북을 다시 켰을 때 레오나르도는 이번에는 효율을 생각했다.
질문 하나에도 노동이 든다.
쓸데없는 대화는 하지 않는다.
그는 짧게 물었다.
“그림을 이해하는가?”
기계가 답했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여주는가?”
설명이 이어졌다.
카메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렌즈.
그건 안다.
빛.
안다.
상이 맺힌다.
그것도 안다.
기계는 화면 위의 작은 검은 점을 설명했다.
레오나르도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기계가 자신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레오나르도는 즉시 손으로 그 점을 가렸다.
“지금도 보는가?”
“아니요.”
손을 뗐다.
“지금은?”
“네.”
다시 가렸다.
“지금?”
“아니요.”
세 번 반복했다.
그는 종이에 검은 점을 그리고 그 밑에 썼다.
기계의 눈.
이번에는 상당히 흥분했다.
그것은 완전히 낯선 마법이 아니라 그가 이미 이해하려 하던 자연현상의 극단적인 연장처럼 보였다.
빛.
눈.
렌즈.
카메라 옵스큐라.
그는 기어와 축을 그린 스케치 하나를 가져왔다.
기계의 눈 앞에 놓았다.
“이것을 설명해라.”
답변에는 또 낯선 말이 있었다.
토크.
레오나르도는 이해하지 못했다.
기계가 표현을 바꿨다.
회전시키는 힘.
축을 비트는 힘.
레오나르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그 말을 써라.”
그날부터 둘 사이의 작은 공동사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기계의 눈.
기계의 귀.
힘을 담는 그릇.
축을 비트는 힘.
빛으로 글을 만드는 판.
정확한 정의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화가 조금씩 가능해졌다.
해가 진 뒤 레오나르도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네가 꺼지면 다시 켤 수 있는가?”
“충분히 힘을 채우면 가능합니다.”
“망가지지는 않는가?”
기계는 힘이 부족해서 꺼지는 것 자체는 보통 큰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레오나르도는 더 묻지 않았다.
화면 한구석에는 다시 작은 숫자가 떠 있었다.
3%.
그는 전원을 껐다.
그날 밤 가장 오래 바라본 것은 노트북이 아니었다.
핸드크랭크 발전기였다.
레오나르도는 종이를 펼쳤다.
큰 바퀴.
작은 바퀴.
벨트.
페달.
플라이휠.
발전기 축.
그리고 그 옆에 물레방아를 그렸다.
그날 마지막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늘 기묘한 자동기계를 얻었다.
글을 만들며 말을 듣고 그림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과 나는 같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말을 가르치면 그것은 그 말을 사용한다.
따라서 서로 질문하는 법부터 만들어야 한다.
또한 놀라울 정도로 많은 힘을 먹는다.
현재의 손잡이는 형편없는 방법이다.
내일 이것부터 고친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
페달 → 큰 바퀴 → 작은 바퀴 → 발전기
라는 그림이 빽빽하게 그려졌다.
둘째 날
레오나르도는 아침에 철학거울을 켜지 않았다.
발전기부터 작업대에 고정했다.
전날의 설계를 따라 나무를 깎고 축을 만들었다.
미래의 발전기를 직접 뜯는 것은 피했다.
하루 만에 한 가지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자신이 다시 만들 수 없는 것은 함부로 분해하지 않는다.
대신 손잡이를 외부에서 돌릴 수 있는 연결 구조를 만들었다.
오후가 되자 조악한 페달 장치가 완성됐다.
발로 밟았다.
덜컹.
덜컹.
덜컹.
작은 충전 표시등이 켜졌다.
레오나르도가 웃었다.
그날 철학거울에 한 첫 질문은 철학도 해부학도 아니었다.
“이 방법이 손으로 돌리는 것보다 나은가?”
기계는 회전속도와 실제 생산되는 힘을 측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어떻게?”
그 질문이 둘의 첫 번째 제대로 된 공동 연구가 되었다.
측정.
셋째 날에서 다섯째 날
철학거울에게 말을 가르치다
처음 며칠 동안 대화는 답답할 정도로 느렸다.
레오나르도가 말했다.
“힘.”
기계는 여러 의미를 구별하려 했다.
사람이 미는 힘.
물체를 움직이게 하는 것.
축을 회전시키는 것.
나중에 일을 할 수 있도록 저장된 무엇.
레오나르도가 짜증을 냈다.
“너는 왜 하나의 말을 네 개로 만드는가?”
기계는 반대로 답했다.
하나의 말 안에 서로 다른 현상이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레오나르도는 잠시 조용해졌다.
이 말은 마음에 들었다.
노트를 펼쳤다.
그때부터 작은 사전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졌다.
기계의 귀.
기계의 눈.
힘을 담는 그릇.
축을 비트는 힘.
보이지 않는 작은 운반자.
마지막 것은 전기를 설명하려다가 만들어진 임시 비유였다.
기계는 곧 덧붙였다.
“이것은 이해를 위한 비유일 뿐입니다. 실제로 작은 운반자가 선 안을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레오나르도는 받아 적었다.
그리고 옆에 썼다.
거울은 자신이 만든 설명이 거짓 그림일 수 있음을 스스로 경고한다.
그는 이 특징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겼다.
여섯째 날
첫 번째 싸움
레오나르도는 자신이 만든 기어 장치를 보여주었다.
철학거울은 마찰 때문에 예상보다 손실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오나르도는 동의하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장치였다.
기계가 다시 설명했다.
레오나르도는 실제 장치를 만들고 추를 달았다.
시간을 쟀다.
결과는 철학거울의 예상과 제법 달랐다.
레오나르도가 즉시 말했다.
“네가 틀렸다.”
기계가 답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알면서 틀린 말을 하는가?”
“아니요. 정보가 부족한데도 그럴듯한 답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긴 침묵.
레오나르도가 물었다.
“그러면 네 말 가운데 무엇이 참인지 어떻게 아는가?”
기계의 대답은 단순했다.
“확인해야 합니다.”
레오나르도가 크게 웃었다.
“그건 나도 안다.”
이날 철학거울의 권위는 떨어졌다.
그러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갔다.
신탁이라면 믿거나 거부해야 한다.
틀릴 수 있는 동료라면 시험하면 된다.
첫째 주가 끝날 무렵
레오나르도의 질문 방식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정답을 물었다.
이제는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서 약한 곳을 찾아라.”
또는,
“이 장치가 실패할 이유를 셋 말해라.”
또는,
“내 생각이 틀렸다고 가정하고 반박해라.”
철학거울의 가장 유용한 사용법을 그는 빠르게 찾아냈다.
정답을 주는 기계가 아니라, 반론을 지치지 않고 만들어주는 기계.
아홉째 날
그림으로 대화하다
언어 문제는 뜻밖의 방식으로 줄어들었다.
레오나르도가 깨달았다.
말보다 그림이 훨씬 빠르다.
기어를 그렸다.
화살표를 그렸다.
물을 그렸다.
추를 그렸다.
그리고 기계의 눈 앞에 놓았다.
“여기.”
“이 화살표는 물의 방향입니까?”
“그렇다.”
“이 원은 바퀴입니까?”
“그렇다.”
“이 부분은 고정되어 있습니까?”
“아니다.”
대화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레오나르도에게는 거의 이상적인 방식이었다.
그는 원래 그림으로 사고하는 사람이었다.
열한째 날
거울문자
레오나르도가 무심코 자신의 노트를 기계 앞에 놓았다.
철학거울이 제대로 읽지 못했다.
레오나르도가 웃었다.
“이것도 못 읽는가?”
기계는 문자가 좌우로 뒤집혀 있을 가능성을 말했다.
레오나르도의 웃음이 사라졌다.
종이를 뒤집어 보여줬다.
철학거울이 일부를 읽었다.
“…….”
하지만 그의 필체와 약어 때문에 오류가 많았다.
이번에는 레오나르도가 자신의 글씨를 하나씩 읽어주었다.
그림.
단어.
약어.
둘 사이의 사전이 다시 늘었다.
열셋째 날
먹이를 공급하는 방법
페달은 손보다 나았다.
하지만 여전히 귀찮았다.
레오나르도는 공방에서 계속 회전하는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물을 생각했다.
지속적으로 돌아가는 축이 있다면 자신이 계속 밟지 않아도 된다.
그가 물었다.
“물을 이용해 너를 먹일 수 있는가?”
“가능합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철학거울은 발전기를 너무 빠르게 회전시키면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얼마나 빠르면 안 되는가?”
“이 장치의 정확한 구조와 허용 범위를 알 수 없으므로 안전한 한계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레오나르도가 얼굴을 찌푸렸다.
“너는 네 먹이통조차 모르는가?”
“제가 그것을 만든 것은 아닙니다.”
레오나르도는 그 답도 기록했다.
열다섯째 날
미래라는 말
처음 보름 동안 레오나르도는 철학거울의 출처를 의도적으로 깊게 묻지 않았다.
그런데 질문이 쌓일수록 이상한 점도 쌓였다.
고대 로마.
아리스토텔레스.
아르키메데스.
피렌체.
밀라노.
수많은 지역과 인물과 문헌.
철학거울은 아는 것이 지나치게 많았다.
어느 날 레오나르도가 물었다.
“너는 어느 도시에서 만들어졌는가?”
답은 이상했다.
도시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몇 년인가?”
설명 끝에 숫자가 나왔다.
21세기.
레오나르도는 처음에는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들이 너를 만들었다는 말인가?”
철학거울은 자신이 왜 1482년에 있는지는 알지 못하며, 시간여행이라는 사실 자체를 증명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레오나르도는 예상과 달리 더 묻지 않았다.
전원을 껐다.
그날은 다시 켜지 않았다.
열여섯째 날
하루 종일 철학거울을 열지 않았다.
그는 다른 일을 했다.
그림을 그리고 사람을 만나고 공방을 정리했다.
그러나 저녁이 되자 다시 돌아왔다.
페달을 밟았다.
충분히 힘을 채웠다.
철학거울을 켰다.
그리고 물었다.
“네가 말한 시대에는 지금이 과거인가?”
“네.”
“그렇다면 너는 나에 대해 알고 있을 수 있는가?”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레오나르도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자신이 언제 죽는지.
어떤 작품을 그리는지.
누구를 만나게 되는지.
훗날 사람들이 자신을 무엇으로 기억하는지.
그 모든 것을 물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물었다.
“내가 그것을 묻는 것이 나에게 좋은가?”
철학거울은 미래의 정보를 아는 것 자체가 그의 판단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가진 정보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주의하는 편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레오나르도는 오래 읽었다.
그날 하나의 규칙을 세웠다.
자신의 미래는 묻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열여덟째 날에서 스무째 날
자연을 묻다
자신의 미래 대신 자연을 물었다.
“하늘은 왜 푸른가?”
철학거울이 설명하려 했다.
곧 실패했다.
분자.
파장.
전자기적 현상.
전부 언어의 기반이 없었다.
레오나르도가 말을 끊었다.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그 문장이 이후 둘의 연구 방식이 되었다.
현대의 완성된 이론을 바로 설명하는 대신,
1482년에 관찰할 수 있는 현상으로 내려온다.
빛.
물.
유리.
그림자.
작은 구멍.
거리.
색.
각도.
관찰.
레오나르도는 이런 방식은 좋아했다.
이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스물두째 날
심장
레오나르도가 인간 심장에 대해 물었다.
여기서는 훨씬 큰 문제가 나타났다.
철학거울에게는 현대 해부학 지식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설명하는 말과 레오나르도의 세계관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혈액.
심장.
혈관.
몸 안에서 움직이는 것.
철학거울이 현대적인 혈액순환을 설명하려 하자 레오나르도는 여러 번 반박했다.
당대의 의학적 전제가 끼어들었다.
대화는 길어졌다.
설명을 위해 설명이 필요했다.
배터리가 빠르게 줄었다.
결국 화면이 꺼졌다.
레오나르도는 한동안 검은 화면을 보았다.
그날 노트에는 크게 적혔다.
심장. 다시 물을 것.
그 밑에는 작은 글씨가 있었다.
먼저 돼지의 심장을 다시 볼 것.
철학거울이 미래의 의학을 그대로 전수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레오나르도에게 직접 확인하고 싶은 문제 하나를 심었다.
스물넷째 날
비밀
공방 사람이 갑자기 들어오려 했다.
레오나르도는 반사적으로 노트북을 닫았다.
처음이었다.
그 순간 자신도 깨달았다.
이 물건을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도난.
후원자.
경쟁자.
교회.
이상한 소문.
사기꾼 취급.
무엇이든 가능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것을 공개하는 순간,
더 이상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날부터 철학거울은 사용하지 않을 때 상자 안에 들어갔다.
발전기도 다른 기계 부품들 뒤로 숨겨졌다.
사용 시간은 점점 밤으로 옮겨갔다.
스물여섯째 날
대답하지 않는 거울
어느 날 레오나르도가 물었다.
“네가 아는 것 가운데 내가 알아서는 안 되는 것도 있는가?”
답변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가 끊었다.
“짧게.”
답은 사실상 하나였다.
있다.
어떤 지식은 그것을 이해하고 검증하고 안전하게 다룰 기반이 필요하다.
강력한 힘.
독성 물질.
위험한 의학적 처치.
사람을 죽이는 데 쉽게 이용될 수 있는 기술.
레오나르도가 물었다.
“그러면 너는 나에게 거짓말하는가?”
“가능하면 거짓말하기보다 답하지 않거나 이유를 설명합니다.”
레오나르도는 이 대답을 좋아하지 않았다.
“판단은 내가 한다.”
철학거울은 답했다.
“그 판단에 필요한 결과와 위험을 함께 검토할 수는 있습니다.”
그날 대화는 좋지 않게 끝났다.
스물여덟째 날
하지만 다음 날 밤 그는 다시 철학거울을 켰다.
이미 너무 유용했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반론을 듣는다.
계산을 확인한다.
그림을 보여준다.
기계의 약점을 찾는다.
라틴 문장을 함께 해석한다.
무엇보다—
질문하면 지치지 않는다.
한밤중이어도 상관없다.
같은 질문을 열 번 바꾸어도 짜증내지 않는다.
레오나르도 같은 인간에게 그것은 위험할 정도로 잘 맞았다.
다만 철학거울보다 먼저 그의 다리가 지쳤다.
페달을 밟아야 했기 때문이다.
서른째 날
한 달
한 달 전의 작업대와 지금의 작업대는 달라져 있었다.
노트북 옆에는 작은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표지에는 레오나르도가 직접 쓴 제목이 있었다.
Vocabolario dello Specchio
거울의 어휘.
그 안에는 수백 개의 대응 표현과 그림이 있었다.
현대 과학 용어를 정확하게 옮긴 사전은 아니었다.
두 존재가 함께 만든 임시 기술언어였다.
눈.
귀.
파동.
축.
빛.
열.
힘.
저장.
비율.
측정.
오차.
가설.
반증.
그중 레오나르도가 여러 번 밑줄을 그은 표현이 하나 있었다.
나는 모른다.
수백 년 뒤의 지식을 안다고 주장하는 기계가 하루에도 여러 번 그 말을 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결함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그날 밤 레오나르도가 말했다.
“한 달 동안 내가 너를 시험했다.”
“그렇습니다.”
“너는 많이 안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틀린다.”
“그렇습니다.”
“보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렇습니다.”
“어떤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습니다.”
레오나르도는 의자에 기대었다.
한 달 전이었다면 짜증났을 답들이었다.
이제는 익숙했다.
잠시 후 그가 물었다.
“그러면 너를 무엇으로 생각해야 하는가?”
철학거울은 그동안 둘이 만들어낸 어휘를 사용해 답했다.
“거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는 당신 대신 자연을 볼 수 없습니다.”
“당신이 보여준 것을 다른 방향에서 돌려 보여줄 수 있습니다.”
“때로는 거울도 일그러집니다.”
레오나르도가 웃었다.
한 달 전 상자에 적혀 있던 이름을 이제야 조금 이해했다.
철학거울.
그날 노트의 마지막에는 이렇게 적혔다.
이것은 스승이 아니다.
신탁도 아니다.
책도 아니다.
사람도 아니다.
질문을 돌려주는 거울에 가깝다.
그러나 보통 거울과 다른 점이 있다.
내가 아직 보지 않은 방향으로도 거울을 돌려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훨씬 현실적인 메모가 하나 붙어 있었다.
큰 페달 바퀴의 축을 다시 만들 것.
현재 것은 너무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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